본 콘텐츠는 대한체육회에서 발행하는 월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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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도 종목은 오는 8월부터 국제경기 체급 기준이 기존 10체급에서 8체급으로 바뀐다. 단순한 숫자 조정이 아니라 체급별 ‘최강자’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주니어 신기록을 경신하며 국가대표에 선발된 전희수 선수는 첫 성인 무대인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되는 유망주다.
새로운 단계로 나아가다
제37회 전국춘계여자역도경기대회에서 한국 여자 역도의 새로운 기대주가 탄생했다. 여자 86kg급 전희수 선수는 이번 대회에서 한국 주니어 신기록을 수립하며 존재감을 확실히 각인시켰다. 단순한 우승을 넘어 안정감과 집중력이 돋보였다는 평가를 들으며 기록과 경기 내용 모두를 잡은 성과였다. 이 성과로 전희 수 선수는 아시안게임 출전권까지 확보하며 국제무대에 도전할 발판을 마련했다.
전희수 선수는 고등학교 때까지 76kg급에서 뛰었지만, 실업팀 입단과 함께 86kg급으로 체급을 올렸다. 역도처럼 힘이 중요한 종목에서 체급 상향은 곧 경쟁 심화로 이어지는 만큼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선수 본인 역시 처음에는 새 체급에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았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꾸준한 훈련과 식단 관리가 이어지면서 기록이 자연스럽게 향상됐고, 이번 대회의 결과로 이어졌다.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고도 전희수 선수의 머릿속은 기쁨보다 ‘어떻게 더 경쟁력을 끌어올릴 것인가’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차 있다. 스스로를 ‘더 올라가야 할 단계’에 있는 선수로 인식하고 행동하는 모습에서 진정한 프로의 자세가 엿보인다.
“불안감을 잊기 위해 오전·오후·야간을 가리지 않고 훈련한 게 성과로 이어지지 않았나 싶어요. 먹는 것도, 쉬는 것도 철저히 관리한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습니다. 1등을 했다는 게 아직 실감이 안 나고, 더 열심히 해서 더 높은 자리로 가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고양시청 역도팀에 입단한 지 6개월이 지난 지금, 전희수 선수가 실업 무대에 들어선 이후 가장 큰 변화로 꼽은 것은 바로 ‘훈련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다. 학창 시절에는 수업과 운동을 병행해야 했지만, 지금은 하루 대부분을 훈련에 쏟을 수 있게 되면서 경기력 향상으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진로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고민도 적지 않았다. 학업과 운동을 병행할지, 아니면 선수 생활에 올인할지를 두고 갈림길에 섰던 그는 보다 높은 수준의 무대를 목표로 실업팀 진출을 택했다. 그 결정은 결과적으로 빠른 경기력 상승으로 이어졌다.
“밤낮없이 역도에만 집중하면서, 어떻게 더 발전할 수 있을지 깊이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난 게 지금의 결과로 이어진 것 같아요. 체육고등학교 시절 기숙사 생활을 하며 단체 생활에 익숙해져 있어서 새로운 팀 생활에도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고, 오히려 운동에만 더 집중할 수 있다는 점이 만족스럽습니다.”
시련을 함께 이겨내다
전희수 선수는 주니어 신기록이라는 성과 역시 ‘기록 자체’를 목표로 한 결과라기보다, 과정에 집중한 끝에 따라온 결과라고 강조한다. 아시안게임 선발에 초점을 맞추고 준비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기록이 올라왔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자신의 성장 흐름을 두고 “갑자기 기량이 오른 것 아니냐”는 말에는 고개를 젓는다. 성장기에 일시적으로 몸 상태가 떨어졌던 시기를 제외하면, 현재 기록은 충분히 예상 가능한 범위였다는 게 선수의 설명이다.
“고등학교 때 한동안 컨디션이 안 올라오고 힘들었던 시기가 있었어요. 그 시기를 빼고 보면 지금의 기량은 그동안 해 온 훈련 흐름을 생각했을 때 충분히 달성 가능한 수준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번 대회 성과도 ‘갑작스러운 기량 상승’이 아니라 원래 나왔어야 할 기록이 나온 것이라고 보고 있어요.”
그가 말한 ‘떨어졌던 시기’는 진천선수촌 적응 과정과 맞물려 있다. 고등학교 2학년이라는 어린 나이에 진천선수촌에 입촌하면서 낯선 환경과 훈련 방식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고, 이는 자연스럽게 슬럼프로 이어졌다. 당시에는 운동이 뜻대로 풀리지 않는 시간이 길어졌지만, 주말마다 가족과 나눈 대화가 방향을 다시 잡는 계기가 됐다. 특히 부모님의 조언은 이후 경기력 회복에 중요한 전환점이 됐다. 2012 런던 올림픽 동메달리스트이자 한때 한국 남자 최중량급의 대들보로 불렸던 아버지 전상균 감독, 그리고 역도 국가대표 출신 어머니 오윤진 코치의 조언은 운동이 힘들어질 때마다 큰 버팀목이 됐다. 다만 전희수 선수는 구체적인 설명보다 핵심만 던지는 아버지의 스타일을 처음엔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다고 털어놓는다.
“아버지는 자세히 풀어서 설명해 주기보다는 늘 제게 화두를 던지는 스타일이세요. 예전에 운동은 열심히 하는데 컨디션이 떨어져서, 노력한 만큼 성과가 안 나와 속상했던 적이 있었어요. 그때 아버지가 ‘운동은 주기가 중요한데, 네가 그 주기에 맞춰 운동하지 않고 힘만 쓰고 있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어요. 처음엔 무슨 뜻인지 잘 몰라서 많이 고민했는데, 나중에야 ‘몸을 회복하고 다시 운동해야 한다’는 의미라는 걸 깨닫고 가장 큰 고민 하나를 풀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부모와 같은 종목을 ‘가업’처럼 이어가고 있는 전희수 선수에게 대선수였던 아버지의 존재는 그 자체로 특별하다. 그는 아버지의 선수 시절 영상을 가끔 다시 보게 될 때마다, 어릴 때는 그저 ‘멋있다’고만 느꼈던 장면들이 이제는 전혀 다른 무게로 다가온다고 말한다.
“아무것도 모를 때는 그냥 ‘아빠 잘한다’는 감상으로 끝났는데, 이제 실업팀에 들어와 ‘프로 역도 선수’라는 이름으로 같은 길을 가다 보니 생각이 많아지고, 그때 아버지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하게 된 것 같아요. 그래서 더 대단한 분이었다는 걸 새삼 느끼고, 저도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자극을 받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