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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을 제압하는 더 뜨거운 열정

서울 소방 주짓수 동호회 <팀 플래시오버>
동호회사진

본 콘텐츠는 대한체육회에서
발행하는 월간지 SPORTS1에서 발췌 되었습니다.

수요일 오전 10시쯤. 도복을 갖춰 입은 사람들이 한두 명씩 주짓수 체육관에 모여들었다. 가벼운 인사 후 매트 위에 앉아 제각기 몸을 풀기 시작한 이들은 서울 소방 주짓수 동호회 '팀 플래시오버' 회원이다. 소방관 업무 특성상 타 동호회와는 다르게 가장 많은 인원이 모일 수 있는 날을 단체 메시지 방에서 투표로 정한다. 어느새 체육관은 20여 명의 회원들로 가득 채워졌다.

주짓수와 소방관의 찰떡 만남

충무로에 자리한 주짓수 체육관에 가장 먼저 도착한 사람은 아간 근무를 마치고 이곳으로 바로 왔다는 동호회 회장 최효섭 소방관(중부소방서 소속)이다. 2017년부터 주짓수를 시작한 그는 지난 2022년에 좋은 운동을 주위 동료들에게 전파하고 싶다는 바람으로 사람들을 모았다.
"현장에서 고생하는 동료들과 함께 건강하게 운동하면서 스트레스도 해소하고 서로 유대감을 강화하자는 목적으로 주짓수 모임을 만들었어요. 그렇게 모인 회원이 현재는 100명 남짓이고요, 그중에 자주 참여하는 회원은 60여 명이에요."
'주짓수를 하는 소방관'이라는 설명과 함께 ‘팀 플래시오버(Flashover)’라는 동호회 모임명은 이들에게 찰떡같이 어울린다. 소방 용어에서 따온 플래시오버는 폭발적인 연소 확대 현상을 의미하는 단어로 주짓수의 특성처럼 폭발적인 힘으로 상대방을 제압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3교대로 근무하다 보니 서로 시간을 맞추기 쉽지 않아요. 그래도 주 1회 정도는 꼭 모여서 운동을 하려고 해요. 모두 서울 지역 소방서에 근무해서 서울 중심이나 상황에 따라 수도권 전 지역의 주짓수 체육관을 정해서 모이죠. 체육관 원장님께 기술 수업을 받을 때도 있고 회원들끼리 기술 연습을 하기도 해요. 매년 정기적으로 다른 주짓수 동호회와 합동으로 훈련도 진행하고요. 경찰관, 법원직, 다른 지역 소방관들이요."
신입 회원은 공식적으로 일 년에 두 번 모집하지만 서울 소방 소속이면 누구나 원할 때 가입할 수 있다.
연령대는 20대에서 50대까지 다양하다. 최효섭 소방관은 정년 퇴임이 얼마 남지 않은 팀장님도 함께한다며 나이가 많아서 하지 못하는 운동은 아니라고 웃으며 강조했다.

주짓수와 한몸이 되는 시간

주짓수는 일본의 유도가 브라질로 넘어가서 변형되고 발전한 무술이다. 그래서 주짓수는 유도와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두 운동 모두 사람을 제압하는 기술을 주로 사용하지만 유도의 경우 서 있는 상태에서 메치기 등의 던지기 기술로 상대방을 넘어뜨리면 경기가 끝나지만 주짓수의 경우 넘어뜨린 후에도 조르기, 관절꺾기 등의 서브미션을 통해 상대방에게 항복을 얻어내야 승리한다.
"주짓수는 유도뿐만 아니라 레슬링 기술을 접목해서 활용할 수 있어서 평소 유도나 레슬링을 배우던 회원들도 여럿 있어요. 그래서 각자 알고 있거나 잘하는 기술을 서로 알려 주고 있죠. 특히 주짓수는 서서 겨루는 스탠딩 기술과 얽혀서 싸우는 그래플링 기술이 모두 필요하기 때문에 주짓수, 유도, 레슬링의 다양한 기술을 다 같이 배우고 익혀요."
마침 이날은 한 회원에게 유도 기술 중 하나인 '허리껴치기'를 배우기로 했다. 시범을 보이는 두 사람을 가운데 두고 둥글게 둘러선 회원들은 눈과 귀를 쫑긋 세운 채 그들의 동작 하나하나에 집중했다. 서너 차례 반복적인 시범과 설명 후에는 각자 스파링 상대를 정해서 본격적인 연습을 이어 갔다.
쉽게 모이기 힘든 만큼 정기 모임에서는 3시간 정도 기술 연습, 스파링 등을 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자신에 맞는 특화된 기술을 몸에 익히고 능수능란하게 만들면서 실력을 키워 간다.
실전처럼 임하는 열정적인 연습 속에서 주짓수와 한 몸이 되어 가는 시간이다.
"저희 회원들은 주짓수는 물론이고 유도, 레슬링 종목의 생활체육대회에 자주 출전하고 있어요. 모두 함께 가서 응원도 하고요. 얼마 전에는 레슬링 대회에서 입상도 하고 주짓수 대회에서 1등을 차지한 회원도 있어요. 저 같은 경우 2등을 한 적도 있고요.”
미디어를 통해 접했던 주짓수는 종합격투기의 이미지 때문에 거칠고 무서운 운동으로 인식되어 있지만 동호회 수는 물론이고 다이어트나 호신술을 목적으로 배우는 여성들도 늘어나고 있다. 이날 모임에도 여성 회원 3명이 참석해서 누구보다 열심히 운동에 동참했다.

동호회 사진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는 힐링 스포츠

"처음 이 모임을 만들 때 가졌던 바람처럼 동료들과 어울려서 운동하다 보니 팀워크가 좋아진다는 걸 느껴요. 소방 업무를 하면서 서로에게 의지해야 할 상황이 많이 생기는데 동호회 활동을 통해서 끈끈한 유대감이 더 커지더라고요. 물론 스트레스 해소에도 좋고요. 어떤 직업보다도 정신적인 부담이 큰 편인데 주짓수에 집중하다 보면 복잡한 생각이 정리되기도 하고요.“
주짓수는 상대방을 제압하는 무술이지만 동시에 자기 방어력을 높여 주기 때문에 현장에서 벌어지는 위급한 상황에 침착하게 대처하는 능력을 키우는 데도 도움을 준다며 최호섭 소방관은 자랑을 이어갔다. 체력은 기본이고 유연성과 균형감각에도 좋다. 비단 신체 능력뿐 아니다. 주짓수는 '움직이는 체스'라고 불린 만큼 두뇌도 함께 사용해야 하는 스포츠여서 순간 판단력, 업무 수행 능력 향상에도 안성맞춤이다.
"현재는 서울 소방 소속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점차 더 많은 지역의 소방관 동료들과 함께했으면 좋겠어요. 동호회 교류 활동도 지금보다 한층 넓히고 싶고요. 무엇보다 현재 단체 종목만 있는 소방관 체육대회에 주짓수, 유도, 레슬링 등의 개인 종목도 추가해서 전국 소방관들과 실력을 겨루면서 어울릴 기회가 생기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최효섭 소방관은, 주짓수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운동이라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체력이 좋지 않아서, 몸이 유연하지 않아서 할 수 없는 운동이 아니라 그렇기 때문에 해야 하는 스포츠가 바로 주짓수라는 것이다. 모든 취미 활동이 그렇겠지만 주짓수 역시 힘들게 배운 만큼 발전하는 자기 모습에 만족감을 느낄 수 있다. 특히 건강도 챙기고 동료와의 유대감, 신뢰감 형성으로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부분이 소방관에게 매우 매력적이다. 서울 소방 소속이라면 망설이지 말고 '팀 플래시오버'에 당장 도전해 보자.

동호회 안내

SNS : team_flashover (인스타)
결성 시기 : 2022년 2월 동호인 수 100여 명
모임 주기 : 주 1회(온라인 회원 투표 후 결정)
주요 활동 : 정모, 생활체육대회 출전, 다른 시도 동호회 합동훈련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