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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풋살 하실래요?

여자 풋살 동호회 <당근FC>
동호회사진

본 콘텐츠는 대한체육회에서
발행하는 월간지 SPORTS1에서 발췌 되었습니다.

“혹시…당근이세요?” 중고 거래 전 인사말이 이들에게는 “풋살 하실래요?”로 통한다. 중고 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에서 필요한 물건 대신 함께 풋살할 동료를 찾으며 시작된 당근FC. 이들이 주고받는 것은 함께 공을 차는 즐거움이었다.

당근FC는 무럭무럭 자라는 중

일주일의 피로가 이제 막 쌓이기 시작하는 화요일 저녁. 모두가 바삐 퇴근하는 와중에 서초구의 한 실내 풋살장으로 하나둘씩 사람들이 모여든다. 피곤한 기색도 없이 오자마자 익숙하게 옷을 갈아입고, 간단한 스트레칭을 하며 인사를 나누는 이들은 여자 풋살 동호회 ‘당근FC’의 선수들이다. 2022년 11월 창단한 당근FC는 중고 거래 앱 ‘당근마켓’의 지역 소모임 기능을 통해 만들어진 팀이다. 팀 이름은 물 론, 산뜻한 오렌지색 유니폼과 엠블럼도 처음 인연의 시작인 ‘당근마켓’에서 따온 것이다.
취미로 시작됐던 풋살 동호회는 당근처럼 무럭무럭 자라 창단 3년 만에 약 30여 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는 어엿한 풋살팀이 되었다. 감독, 코치, 매니저 등 전문적인 운영진과 함께 이루어지는 훈련은 여느 팀 못지않게 체계적이다. 몸풀기 운동을 시작으로 드리블, 패스, 슛 등의 기술 훈련과 함께 실전 매치도 진행한다. 프로 선수 출신의 코치와 1대 다수의 경기를 펼쳐 풋살에 대한 흥미를 끌어올리고 승부욕을 자극하기도 한다.
“프로 출신 코치님들이 지도해 주시는데, 단순히 공을 다루는 법만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경기 운영법 등 선수로서 꼭 갖춰야 할 요소들을 알려주세요. 덕분에 보다 효율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죠.”
김윤정 주장의 설명처럼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훈련은 창 단 3년 차에 접어든 당근FC의 경기력을 점차 끌어올렸다.
시작으로 생활체육 대회에 참가하기 시작한 당근FC는 지난해 9월 제12회 PLP 전국유소년·여성축구대회에 참가해 창단 후 첫 우승을 차지했다. 그로부터 두 달 뒤인 11월에는 제2회 고양시의장배 여자풋살대회에 참가해 준우승과 함께 득점왕의 영예를 안기도 했다.
“올해도 가능한 많은 대회에 참가해 보려고 해요. 지난해 저희가 우승한 대회는 엄마 축구단을 위한 리그였는데요, 앞으로는 모두가 뛸 수 있는 대회에서 우승해 보고 싶어요. 아직은 초보 선수가 많아 부담될 수도 있지만, 단계별로 도전하며 자신감을 쌓아보려고 합니다.”

나이에 상관없이 함께 성장하는 즐거움

지난해 우승한 건 엄마 축구단이지만, 취재진이 찾아간 날 훈련에 참여한 회원들은 대부분 20~30대 회원들이었다. 당근FC는 20대부터 4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활동하는데, 회원들의 생활패턴을 고려해 주부를 위한 오전반과 직장인을 위한 월·수반, 화·목반으로 나누어 훈련을 진행한다. 2023년 당근FC에 입단한 김제원 씨는 연령대의 다양성이 당근FC의 매력이자 자랑이라고 말했다.
“아무래도 직장을 다니다 보면 회사와 집만 오가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러다 보면 만나는 사람도 한정적이고요. 그런데 이렇게 운동을 통해서 다양한 분들과 만나 새로운 인연을 만들고 함께 운동하는 게 좋더라고요.”
김제원 씨와 직장동료인 심우정 씨도 풋살을 통해 ‘함께하는 운동’의 매력을 깨닫게 됐다고 말한다. 이전에는 혼자 복싱 등의 운동을 하던 심우정 씨는 김제원 씨의 1년 넘는 끈질긴 권유 끝에 지난해 10월 당근FC에 입단했다.
“저는 원래 좀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강했거든요. 그래서 처음에는 풋살이 어색하기도 했어요. 훈련 전이나 경기 전 다 같이 모여서 ‘화이팅’을 외치는 것도 낯설게 느껴지더라고요. 그런데 훈련을 하다 보면 코치님뿐만 아니라 동료들도 서로 더 좋은 경기를 펼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조언해 줘요. 예전에 혼자 운동할 때는 그런 걸 경험하지 못했는데, 풋살은 서로 이끌어주고 격려하는 분위기가 있어서 색다르고 재밌었어요. 같이 성장한다는 느낌이 든달까요.”

동호회 사진
초보여도 괜찮아! 우리는 팀이니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주로 남성들의 스포츠로 여겨졌던 풋 살은 SBS 예능 프로그램 <골때리는 그녀들>의 인기에 힘입어, 여성들 사이에서도 새로운 인기 스포츠로 자리 잡았다. 당근FC처럼 지역 기반의 동호회 활동이 증가하고 있으며, 대한풋살협회 및 지방자치단체가 주관하는 여자 풋살대회에 참가하는 팀도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그러나 풋살의 인기가 단순히 TV 프로그램의 유행 때문이 라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대학생 때부터 풋살을 즐겼다는 권소영 씨는 “축구보다 템포가 빠르고 골이 많이 나기 때문에 더욱 박진감 넘치는 스포츠”라고 풋살의 매력을 설명 했다. 동시에 ‘쉽게 재미를 붙일 수 있는 운동’이라며 운동을 처음 하거나 오래 하고 싶은 사람은 풋살을 해야 한다고 적극 추천했다.
“다른 스포츠에 비해서 풋살이 좋은 이유 중 하나가 ‘어떻게 해도 된다는 거’예요. (웃음) 저는 워낙 운동하는 걸 좋아해서 여러 가지를 해봤는데요, 예를 들어 라켓 스포츠는 받아치는 것부터 어려울 때가 많거든요. 그런데 풋살은 달리고 부딪히다가 발에 공이 닿으면 패스나 골로 연결될 때가 있어요. 물론 유의미한 점수를 내고 경기를 원활하게 이어 가려면 꾸준한 훈련과 기술이 필수죠. 규칙도 잘 숙지해야 하고요. 그런데 어쨌든 뛰거나 공이 발에 닿으면 경기가 진행되기 때문에 처음 풋살을 하시는 분들도 쉽게 재미를 붙 일 수가 있어요. 초보자분들 중에 처음 매치를 하게 되면 들 어가기 전에는 무서워하시다가도, 끝나고 나면 매치가 제일 재밌다고 말씀하시는 분이 많아요. 저도 그랬고요.”
팀 경기에서 느낄 수 있는 ‘팀워크’도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풋살이 궁금하거나, 공을 차본 적이 없어 무섭지만 해보고 싶은 마음에 당근FC의 문을 두드린 모든 ‘초보’들은 일단 한번 체험해 보면 함께 뛰며 공을 주고받는 풋살에 매력에 푹 빠지게 된다. 머리카락이 땀에 푹 젖을 정도로 훈련에 몰두했던 박지윤 씨 역시 그랬다.
“풋살을 하면서 제일 짜릿할 때는 패스가 골로 연결됐을 때예요. 팀워크가 가장 크게 두드러질 때죠. 사실 다들 동 호회 활동이 아니면 모르는 사람들이잖아요. 저는 프리랜서라 혼자 일하거든요. 그런데 동호회 활동을 통해 팀 구성원으로서 경기에 어떤 역할을 한다는 데서 오는 성취감이 크더라고요. 팀원들한테 폐 끼치지 않고 기댈 수 있는 팀원이 되고 싶다는 생각도 들고요. 육체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성취감도 크지만, 서로 격려하고 응원하는 데서 오는 만족감이 진짜 큰 것 같아요. 실력과 관계없이 일단 한번 뛰어 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분명 무언가 얻어가게 되실 거예요.”
‘당근’을 통해 이들이 주고받는 것은 물건이 아니라 서로를 향한 응원과 격려, 그리고 함께 땀 흘리며 얻는 성취감이었다. “놀이처럼 즐길 수 있는 분위기이니 누구나 부담 없이 참여해 자신만의 성취감을 얻어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 는 김윤정 주장의 말처럼, 당근FC 안에서는 풋살의 즐거움이 쑥쑥 자라나는 중이다.

동호회 안내

SNS: 인스타(carrot_fc)
결성 시기: 2022년 11월
동호인 수: 30여 명
모임 주기: 오전반 / 월·수반 / 화·목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