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2월 스포츠히어로
역전의 선수,
동계세계대학경기대회
최초 금메달
스노보드
이민식 선수
본 콘텐츠는 대한체육회에서 발행하는 월간지
에서 발췌 되었습니다.
스노보드 대표팀 이민식 선수(한국체대)가 제31회 레이크플래시드 동계세계대학경기대회 슬로프스타일 종목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한국 스노보드 기술 종목 최초의 메달이다. 그것도 금메달. 열여덞 살에 2018 평창을림픽 국가대표선수로 출전해 '겁 없는 10대'라고 불리며 스노보드 빅에어 종목 한국인 1호 참가 선수로 이름을 알렸던 이민식 선수. 평창올림픽 부상 이후 긴 공백기를 깨고 5년 만에 출전한 국제대회에서 얻은 성과라 더욱 뜻깊다. 평소에도 '폼' 나는 선수라는 말을 종종 듣던 선수였는데 더욱 매력적인 모습으로 성장해 필드에 돌아왔다.
짜릿한 역전극, 꼴찌에서 1등으로
이민식 선수는 지난 1월 19일 미국에서 개최된 제31회 동계세계대학경기대회 남자 슬로프스타일 결승에서 90.00으로 1위를 차지해 크게 화제가 됐다. 그럴 만도 한 것이 1차런에서 실수를 연발하며 25.50점으로 12명 중 11위에 그쳤는데 2차런에서 완벽한 기술로 90.00을 받으며 역전극을 펼친 것이다. 꼴찌에서 1위로 치고 오르며 익스트림 스포츠의 짜릿함을 유감없이 보여줬지만 이민식 선수는 역전의 가능성은 늘 존재하는 스포츠라고 설명한다. 두 차례 경기 뒤 더 높은 성적으로 순위를 결정하는 채점방식 때문에 순위는 자주 뒤바뀌는 편이라고 한다. “경기의 특성상 순위가 뒤집히기가 쉬워요. 일단 넘어지는 실수를 하면 점수를 받을 수가 없거든요. 그래서 대부분의 선수들이 실수로 경기를 완전히 망치거나 성공하거나 두 가지 경우의 수밖에 없어요. 저도 1차런에서 넘어지는 실수를 했어요. 항상 1차런에서 실수를 좀 많이 하는 편입니다."
이민식 선수는 1차런에서 실수를 하고 2차런에서 점수를 얻는 경우가 많아서 코치들도 '위기에 강한 선수'라고 부른다. 동계세계대학경기대회에서도 어김없이 1차런에서 큰 실수를 했기 때문에 2차런에서는 실수를 하면 안 된다는 부담감이 적지 않았을턴데 정작 이민식 선수는 날씨가 걱정이었다고 털어놓았다.
“점수에 대한 부담보다는 날씨 걱정을 많이 했어요. 2차런 당시 날씨가 따뜻해서 눈이 너무 많이 녹아 제 앞에 경기를 한 선수들도 속도가 제대로 붙지 않아서 실수를 한 상황이었거든요. 어떻게 하면 속도를 내서 안전하게 경기를 마쳐야 할까라는 생각밖에 없었어요."
경쟁보다 응원과 동지애가 필요한 스포츠
이민식의 뒤로 2위, 3위는 일본 선수였다. 심지어 2위를 한 츠지하루히 선수는 예선을 1등으로 올라온데다 1차런에서 최고점수를 얻어 우승을 확신했던 선수였다. 팬들은 극적인 승리에 환호했지만, 이민식 선수는 “국기를 대표해 출전하지만 선수들끼리는 국적을 뛰어넘어 동지애를 느낀다”며 선수들 간에 경쟁 구도를 만드는 주변의 시선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스노보드는 공중 동작이 멋있고 매력 있는 스포츠이지만 그만큼 위험이 따르는 익스트림 스포츠입니다. 그래서 선수들 간에도 경쟁보다는 격려와 응원을 해주는 문화가 형성되어 있어요. 국가를 떠나서 실수에는 위로를, 우승에는 친구의 진심으로 축하해 주는 문화가 가장 큰 장점이자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2위를 한 츠지하루히 선수와도 개인적으로 아주 친해요. 그날 경기가 끝난 후에 다 함께 모여 파티를 했어요. 모두 다치지 않고 무사히 경기를 마쳤으니 서로 격려도 하고 앞으로의 선수생활 등에 대해 긴 시간 이야기를 나눴어요."
이민식 선수가 말하는 스노보드 종목의 매력은 2022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빛을 발해 화제가 된 바 있다. 당시 여자 스노보드 슬로프스타일 결승전에서 1위와 2위의 순위가 극적으로 바뀌있을 때 눈밭에서 서로를 부둥켜안고 뒹굴며 아낌없이 축하해주는 모습이 추운 경기장을 훈훈하게 만들었다. 출전선수들이 남녀 할 것 없이 모두가 시상식장으로 뛰어나가 서로를 얼싸안고 승리를 축하해 주었는데 당시 해설을 맡았던 박재민 해설위원도 이 모습을 중계하며 “이것이 바로 스노보드의 문화이자 아름다움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