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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히어로

2023년 3월 스포츠히어로
펜싱선수의 최소 반격 시간
0.3sec
월드 클래스 검객
펜싱
최인정 선수
선수사진
본 콘텐츠는 대한체육회에서 발행하는 월간지 에서 발췌 되었습니다.
10여 년간 세계 정상권을 지키며 한국 펜싱의 최전성기를 이끌어온 ‘월드 클래스 검객’ 최인정 선수가 지난 2월 28일 ‘제69회 대한체육회 체육상 시상식’에서 여자 펜싱 부문 최초로 체육대상을 수상했다. 중학교 1학년 때 펜싱을 시작해 올해로 20년째 접어들었다는 펜싱 에페 세계 랭킹 1위의 최인정 선수를 만나 그의 펜싱 인생 20년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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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펜싱 에페 부문 세계 랭킹 1위 등극

지난해는 최인정 선수의 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제그랑프리 펜싱 선수권대회 개인전을 비롯한 국제대회에서 2개의 금메달과 은메달, 동메달을 획득했을 뿐만 아니라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단체전 금메달까지 휩쓸었으니 그야말로 메달 복이 터진 해였다. 마침내, 펜싱 에페부문 세계 랭킹 1위에 올랐다.
지난해 말에는 ‘국제펜싱연맹 명예의전당’에도 등재됐다. 이날 파티에 초대받은 최인정 선수는 고운 한복 차림으로 참석해 화제가 됐다. 국내에는 크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당시 함께 참석했던 외국 선수들과 관계자들 사이에는 ‘Beautiful’이라는 찬사가 끊이지 않았을 정도로 파티의 주인공이었다는 후문이다. 명예의전당 파티는 국제펜싱연맹(FIE)에서 주관하는 행사로 그 한해에 펜싱 종목별 시즌 랭킹 1위 선수들과 각국 협회 관계자들을 초청해서 시상식을 겸한 파티도 하고 총회의도 하는 자리다.
“명예로운 자리인 만큼 한복을 입고 참석하면 의미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마침 대한펜싱협회에서도 같은 생각을 하시고 한복을 준비해주셨어요. 한복 차림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큰 이슈가 되었더라고요. 한복에 대해 잘 설명해 주고 싶어서 영어 멘트도 준비해갔는데 외국 선수들에게 한국의 전통의상을 소개할 수 있어 뿌듯했습니다.
선수로서 최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최인정 선수에게 또 한번의 희소식이 있었다. 지난 2월28일 ‘제69회 대한체육회 체육상 시상식’에서 최고의 영예인 ‘체육대상’을 수상한 것.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단체전을 승리로 이끄는 등 국제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공로를 인정받은 것인데 펜싱 종목에서 체육대상 수상자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체육에는 정말 다양한 종목이 있는데 공교롭게도 그동안 펜싱 종목에서 체육대상을 수상한 사례가 없더라고요. 기쁘고 놀랍고 영광스러운 상을 받은 만큼 이 상의 무게에 어울리는 선수로서 활동을 이어가겠습니다.”
최인정 선수는 평소에도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 로서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생각을 늘 품고 다니며 국가대표선수로서 짊어져야 할 무게를 감당해왔던 선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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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둥이들의 꿈, 금메달의 꿈을 이루다

최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최인정 선수에게도 뼈아픈 순간이 있었다. 생애 세 번째 출전 올림픽이었던 도쿄올림픽에 출전해 개인전 32강에서 세계랭킹 258위의 선수와 시합에서 고배를 마셔야 했다. 당시 세계 랭킹 2위 최인정 선수의 승리를 아무도 의심하지 않았던 시합이었기에 결과에 많은 아쉬움이 남았다. 하지만 최인정 선수는 당시의 상황에 대해 ‘펜싱에서 랭킹의 의미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고 담담하게 말한다.
“펜싱은 상대성이 있는 스포츠입니다. 랭킹이 높다고 무조건 우승하는 것도 아니고 랭킹이 낮다고 메달을 못따는 것도 아닙니다. 랭킹보 다는 선수가 얼마나 준비를 철저히 해왔는지, 또 그날의 컨디션, 심리상태 그리고 운까지 삼박자가 잘 맞아떨어져야 승리한다고 생각해요. 하필 그날 상대 선수가 이런 부분에서 저보다 더 나았던 것 같습니다. 누구든 메달을 딸 수 있다고 생각 하기 때문에 그날 패배를 하고 난 후에도 덤덤했던 저와 달리 제 주변에서 더 안타까워 하셔서 응원해주신 분들에게 죄송한 마음이 컸습니다. ”
언론에서는 ‘세계 258위와 맞붙은 세계 2위의 충격패’ 라며 호들갑을 떨었지만 그는 흔들리지 않았다. 연이은 단체전 준결승전에서 세계 1위 중국을 38-29로 물리치는데 에이스 역할을 하며 팀 성적을 2위로 이끌어내 ‘월드 클래스 검객’ 다운 위엄을 잃지 않은 것이다. 패배의 감정을 단체전 까지 가져가지 않겠다는 단단한 각오로 임한 덕분에 자연스럽게 칼 끝에 힘이 실리고 집중력도 발휘할 수 있었다. 최인정 선수는 당시를 떠올리며 승리의 공은 오롯이 ‘금둥이’들에게 돌렸다.
“단체전의 성과는 금둥이들이라서 가능했던 것 같아요. 누가 조금이라도 힘들어하면 옆에서 응원해주고 서로 힘을 북돋아 주는 금둥이들 덕분이지요.”
‘금둥이’는 에페 여자 선수들이 서로를 부르는 애칭이다.
“금메달따자”라며 붙인 이름이라고 하는데 실제로 도쿄올림픽 이듬해인 2022년 세계 펜싱 선수권 단체전에서 기어이 금메달을 따며 이름값을 해냈다.
선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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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마처럼 달려온 펜싱 20년, 걷더라도 멈추지 않는 선수

최인정 선수의 주종목은 에페로 펜싱 종목 중에서도 가장 어려운 종목으로 손꼽힌다. 최인정 선수는‘보이지 않는 수 싸움에서 매력을 느낀다’고 말한다.
“말로 설명하긴 참 어려운 건데요, 펜싱은 칼끝으로 상대 선수와 교감하는 스포츠입니다. 칼끝의 느낌으로 상대 선수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현재 심리상태가 어떤지를 읽어내고 대응전략을 짜게 되는데 그런 수를 서로에게 보이지 않기 위해 무진 노력하죠.
”최인정 선수가 펜싱을 시작한 것은 중학교 1학년 때라고 하니 올해로 벌써 20년째 접어들었다. 특히 지난 10여 년간은 국가 대표 선수로서 늘 세계 정상권을 유지해 왔다. 최인정 선수는 주변에는 한없이 너그러우나 자신에게는 더없이 엄격한 선수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만큼 자기관리에 철저한 선수라는 의미이다. 그래서일까. 지난 20년을 돌아보면 슬럼프도 그를 비껴간 듯하다. 선수로서 위기를 느끼거나 심리적으로 위축되었던 시기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인터뷰를 할 때마다 슬럼프가 언제였느냐는 질문을 받는데 그때마다 한참을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대개는 시간이 지나고 나서 이제야 생각하니‘아 그때가 슬럼프였구나’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들이었어요. 누구나 시합이 잘 안 풀릴 때가 있잖아요. 그렇다고 선수로서 위기를 느끼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저는 그럴 때면 혼자 여행을 가거나 잠시 운동을 멈추고 휴식을 취하거나 그도 아니면 오히려 더 열심히 운동을 했어요. 돌이켜보면 저에게 아주 중요한 시간이었어요. ”
당시 체육 선생님의 권유로 시작했는데 처음부터 메달을 휩쓸며 두각을 나타냈고 국가 대표 선수로 발탁된 이후로는 월드 클래스의 반열에서 내려오지 않았으며 결국 세계 랭킹 1위에 등극해‘에페 여제’로 불리는 선수. 올림픽, 세계선수권, 그랑프리선수권 등 큰 대회마다 좋은 성적을 거뒀으니 선수로서 이루고 싶은 목표는 거의 다 이루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그에게도 남은 꿈이나 욕심이 있을까.
“벌써 20년이 되었군요. 되돌아보면 앞만 보고 달리는 경주마 같은 삶이었어요. 그래도 쉬지 않고 달려왔더니 지금의 제가 되어 있더라고요. 이제 30대 중반에 들어선 만큼 예전의 저처럼 무조건 앞만 보고 달리긴 힘들 테지만 걷더라도 멈추지 않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젊은 후배들의 체력까지 욕심을 낼 수는 없잖아요. 대신 지난 20여 년간 훈련과 경기를 하며 쌓은 연륜이 있으니 멈추지 않을 자신은 있어요. 더 시간이 지난 후에는‘정말 잘하는 선수’ 또는 ‘롤모델 하고 싶은 선수’로 오래 기억되고 싶습니다. ”
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