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콘텐츠는 대한체육회에서 발행하는 월간지 에서 발췌 되었습니다.
서채현 선수(노스페이스 클라이밍팀·서울시청)는 한국 스포츠클라이밍계 보물 같은 존재다. 만 15세가 되자마자 국가대표로 발탁됐고 국제무대에 진출, 데뷔 해인 2019년 리드 부문 세계 1위에 올라 '거미 소녀'라 불렸다. 클라이밍 최연소 나이로 2021년 도쿄올림픽에 출전했고 2021년 모스크바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믿을 수 없는 움직임'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서채현 선수는 오는 9월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도 가장 유력한 우승 후보로 꼽힌다.
"믿을 수 없네요(Unbelievable)!" 2021년 모스크바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금메달을 확정하는 순간 중계방송 해설자가 외쳤다. 예선부터 준결승까지 모두 최종 홀드를 찍고 결승에 올랐으며 결승 출전 선수 중 유일하게 완등한 선수, 서채현이다. 지난 4월에 열린 2023년 스포츠클라이밍 국가대표 선발전(제43회 전국 스포츠클라이밍 선수권대회)에서 콤바인(리드와 볼더링 종합) 1위를 차지하며 항저우아시안게임 국가대표로 선발됐다. 생애 첫 아시안게임 출전이지만 이미 올림픽이라는 빅 이벤트에 출전한 경험이 있는 터라 부담감보다는 기대감이 더 크다.
'거미소녀 서채현 선수'라고 하면 단단한 어깨 근육과 홀더(암벽의 인공 손잡이)를 움켜쥔 억센 손, 정상을 올려다보는 날카로운 눈매를 먼저 떠올리기 쉽지만 실제로 만난 서채현 선수는 작은 어깨 위로 단발머리가 찰랑거리는 10대 소녀였다. 웃으면 눈이 반달처럼 변하는 앳된 얼굴이다. 이처럼 평범한 모습으로 세계 클라이밍계를 평정 중이다.
클라이밍은 10년지기 재미있는 친구
서채현 선수가 클라이밍을 시작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부모님이 모두 클라이밍 국가대표선수 출신인 데다 초등학교 1학년 무렵부터는 클라이밍짐을 운영하기 시작했으니 그 영향이 적지 않을 것이다. 이미 생후 6~7개월째부터 아버지 등에 업혀 등반을 다닌 것으로도 유명하다. 하지만 서채현 선수는 "부모님이 클라이밍 선수가 아니었다고 해도 분명 저는 클라이밍을 했을 것 같아요. 좀 늦게 시작했을지는 몰라도"라며 이만큼 즐겁고 재미있는 일이 없다고 웃는다.
"일곱 살부터 암벽을 타기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줄에 매달려 그네 타듯 노는 것이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 부모님은 저에게 클라이밍을 강요하거나 무리하게 훈련시키지 않으셨고 제가 하고 싶은 만큼만 하게 하셨어요. 그래서 더 재미있었나봐요. 덕분에 저는 지금까지 클라이밍을 하기 싫다고 여겨본 적이 없어요. 암벽등반은 저에게 '재미진 친구' 같아요."
어릴 때부터 암장이 놀이터였고 그곳에서 친구처럼 사귄 것이 암벽이었다. 하루 종일 암장에서 살다시피 했으니 따로 친구를 사귈 틈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