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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히어로

2023년 9월 스포츠히어로
대한민국엔
페이커와
쵸비가 있다
e스포츠
이상혁, 정지훈 선수
선수사진
본 콘텐츠는 대한체육회에서 발행하는 월간지 에서 발췌 되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저변을 자랑하는 e스포츠가 이번 22회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정식종목으로 채택됐다. 걸출한 프로e스포츠 선수들을 배출하며 한류의 한 축을 담당해온 'K-게임', 세계의 이목은 대한민국에 집중돼 있다. 특히 전 세계 게이머들의 마음을 훔친 스타급 선수가 있으니, 대한민국은 이른바 '페이커 보유국'이라 불린다.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국가대표 '페이커' 이상혁과 '쵸비' 정지훈 선수를 만나봤다. 태극마크가 안기는 묵직한 사명감과 함께 두 사람은 위풍당당 출격할 준비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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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팀이 온라인게임 실력으로 승패를 가리는 e스포츠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처음 정식종목으로 선을 보인다. 한국은 7개 세부종목 중 '리그 오브 레전드',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FIFA 온라인 4', '스트리트 파이터 V' 등 4개 종목에 대표팀을 파견한다. 세부종목 중 가장 많은 화제를 모으는 건 리그 오브 레전드, 이른바 롤(LoL)이라 불리는 게임이다. 한국은 이 대회에서 중국과 함께 강력한 금메달 후보로 꼽힌다. 두 나라는 LoL 프로리그에서도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한국 LoL 대표팀에는 프로e스포츠 선수 이상혁과 정지훈이 속해 있다. 이상혁은 '페이커', 정지훈은 '쵸비'라는 별명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한국 e스포츠의 양대산맥인 두 선수는 프로리그에서 정상의 자리를 놓고 오랫동안 경합을 벌이고 있는데, 이번에는 한국의 금메달 획득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대표팀에서 의기 투합했다.
이상혁은 '스타크래프트 황제' 임요환의 계보를 잇는 한국 e스포츠의 아이콘이다. 2013년 데뷔한 이후 국내리그 10회, 월드 챔피언십 3회 우승으로 커리어를 화려하게 수놓았다. 리그 최고참이지만 여전히 국가대표급 기량을 유지 중이다. 정지훈은 차세대 스타로 불린다. 2018년 데뷔한 뒤 오랫동안 '무관의 제왕'으로 불리다가 지난 해부터 국내리그 3연속 우승을 차지해 제일 밝게 빛나는 별이 됐다.
정상급 프로e스포츠 선수인 두 선수에게도 태극마크가 주는 의미는 남다르다. 이상혁은 "팀과 팬을 위해서 나서는 프로 경기와는 다르다. 많은 국민이 지켜보고 응원해주시는 만큼 국가대표로 나설 때는 평소보다 더 큰 사명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정지훈 역시 "태극마크는 곧 사명감과 책임감의 상징"이라면서 반드시 금메달을 따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이상혁은 이번이 두 번째 아시안 게임 출전이다. e스포츠가 시범종목으로 편입됐던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도 그는 국가대표로 나선 기억이 있다. 당시 한국은 중국에 밀려 아쉽게 은메달에 그쳤다.
그때나 지금이나 태극마크를 달고 나설 때 이상혁의 마음가짐과 태도는 한결같다. 이상혁은 "국가대표는 굉장히 영광스러운 자리"라면서 "2018년과 마찬가지로 지금도 감사한 마음으로 대회를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정지훈은 이번이 첫 태극호 승선이다. 정지훈은 "처음 국가대표 선정 소식을 들었을 땐 기쁨과 걱정이 교차했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 지난 이후로는 '국가대표는 반드시 잘해야만 하는 자리'라는 사명감만 남았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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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LoL 대표팀은 이상혁과 정지훈 외에도 '제우스' 최우제, '카나비' 서진혁', '룰러' 박재혁, '케리아' 류민석 등 하나같이 둘째 가라면 서러운 실력의 선수들로 구성됐다.
이 들은 각자 소속팀에서의 시즌 일정을 끝마친 뒤 지난달 20일 서울 상암동 e스포츠 훈련센터에 집력, 본격적인 합숙 훈련을 시작했다.
현재 국가대표팀의 최우선 과제는 '원 팀'으로 거듭나기다. 이상혁과 최우제, 류민석은 프로게임단 T1, 정지훈은 젠지 소속이다. 서진혁과 박재혁은 중국 징동 게이밍에서 활동 중이다. 각자 경기를 풀어나가는 전략과 게임에 대한 해석이 달랐기에 당장은 이를 하나로 통일시키는 작업이 한창이다. 이상혁과 정지훈은 현재 팀의 게임플랜 재조립 과정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선수들이 하나의 팀에서 활동하지 않음에도 합을 맞추는 과정이 원활해요. 의견교류도 잘 되고 있고, 선수들이 서로를 신뢰하고 있다는 게 느껴져요. 각자의 기량도 뛰어나서 열심히 준비한다면 충분히 본선에서 금메달을 거머쥘 수 있을 거라 봅니다."(이상혁)
"대표팀 선수들끼리 팀워크를 맞춘 지 오래 되진 않았지만 최근 연습경기 결과가 좋은 편이에요. 출국 전까지 팀원들끼리 팀워크를 더 끌어올린다면 항저우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거예요."(정지훈)
선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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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표팀 숙소에서 어색한 공기는 금방 사라졌다. 이상혁은 "지훈이는 내가 막연하게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실제로는 정말 착한 성격의 소유자"라고 말했다. 정지훈은 "그동안 내게 상혁이 형은 무뚝뚝한 이미지였는데, 실제로 함께 생활해보니 밝고 쾌활하다. 나를 잘 챙겨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팀원들 전부 개성도 강하고, 성격도 쾌활해서 합숙 생활이 즐거워요. 지훈이가 열심히 연습하는 걸 보면 동기부여가 돼서 저도 덩달아 더 열심히 하게 되고요. 서로 도움을 주기도, 받기도 하면서 잘 지내고 있어요." (이상혁)
"사실 상혁이 형과는 사적으로 교류할 만한 기회가 그동안 없었어요. 이번 합숙을 통해서 어느 정도 친해졌다고 생각해요. 고작 10여 일이 지났지만 벌써 기억에 남는 일도, 재밌었던 해프닝도 생겼어요."(정지훈)
두 선수는 "대회를 성공적으로 끝낸 뒤 합숙에서 생긴 재밌는 일들을 털어놓고 싶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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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한 팀이 된 e스포츠 항우와 유방의 관계는 복잡하다. 이상혁과 정지훈은 하나의 포지션을 놓고 주전 경쟁을 벌여야 하는 사이이기도 하다. 두 선수는 '미드라이너'로 게임에서 맡은 포지션이 같다. 미드라이너는 축구의 스트라이커나 야구의 4번 타자에 빗댈 만하다. 게임 승패가 결정 되는 데 적잖은 비중을 차지한다.
둘은 오랫동안 경쟁 상대였고, 서로를 발전시키는 라이벌이었다. 정지훈은 "국내 프로리그에 상혁이 형처럼 잘 하는 선수들이 많다. 그들을 보면서 생기는 경쟁욕구와 승부욕이 나를 발전시킨다."고 말했다. 이상혁 역시 "나 역시 경쟁심으로부터 동기부여를 얻는다. 다른 선수들이 잘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나도 잘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표팀에서는 조금 다르다. 이곳에서 둘은 서로 단순히 경쟁상대로만 의식하지 않는다. 이상혁은 "나의 금메달이 아닌 한국의 금메달이 목표"라면서 "주전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가장 중요한 건 대표팀이 최선을 다해서 금메달을 목에 거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지훈 역시 "프로팀에서의 경쟁이라면 주전자리에 대한 욕심이 더 크게 나겠지만, 지금은 한 나라의 국가대표로서 대한민국의 금메달에 도전하는 중이다. 팀의 금메달 획득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많은 팬분들이 기대하고 염원하는 한국의 아시안게임 e스포츠 금메달을 위해서 출전하는 국가대표입니다. 저희는 다만 팀을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을 찾고, 서로를 돕거나 도움을 받는 데에만 집중하고 있어요." (이상혁)
"이 주전경쟁은 선수 개인이 아닌 한국의 금메달을 위해 존재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주전 경쟁에 대해 e스포츠 팬분들께서 관심을 가지시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그 과정에서 누군가를 헐뜯거나 하진 않으셨으면 해요." (정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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