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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히어로

2024년 4월 스포츠히어로
확신의 추월자
수영국가대표
수영
이호준 선수
선수사진
본 콘텐츠는 대한체육회에서 발행하는 월간지 에서 발췌 되었습니다.
일찍이 각종 유소년 수영 대회에서 신기록을 세우며 신동으로 주목받았던 물빛 샛별 이호준 선수는 이제 모두가 믿고 보는 경영 국가대표로 성큼 올라섰다. 정진한 만큼 결과가 돌아올 것이라 믿는 그는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에 이르기까지 하루하루 변함없는 모습으로 훈련에 매진하며 다가올 파리올림픽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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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 신동 나타나다!

이호준 선수가 수영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담백했다. 초등학교 2학년, 또래보다 몸무게가 많이 나갔던 그는 건강을 염려한 부모님의 손에 이끌려 수영장을 찾았다. 마침 다니던 초등학교에 수영장이 있었던 것도 생활 체육으로써 수영을 선택하는 데 한몫했다.
수영의 효과는 탁월했다. 운동을 시작한 지 1년 만에 체중 관리에 성공하고 더 이상 힘들게 운동하지 않아도 되겠다고 생각하던 차, 부담 없이 출전한 전국소년체육대회에서 연달아 신기록을 세우며 수영 신동으로 주목받았다.
이어 제85회 동아수영대회에서 ‘자유형 200m 1분 57초 83’의 기록으로 초등학생 신기록을 세우며 차세대 수영 유망주로서 눈도장을 확실하게 찍었다. 이호준 선수 스스로도 조금만 더 열심히 하면 국가대표가 될 수 있을 거라는 꿈이 생겼다. 이번만 ‘박태환 키즈’인 이호준 선수는 중학생이 되어 박태환 선수의 같은 시절 기록을 모두 경신하며 더욱 화제의 중심에 섰다. 당시 스타 선수와 비견되는 것에 대해 어린 나이에 부담은 없었을까.
“그때는 그런 칭찬을 듣는 게 마냥 좋았어요. 왜냐하면 태환이 형이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3개를 땄을 때가 제가 막 수영을 시작했을 때라 되게 멋있다고만 생각해 왔었거든요. 지금에 와서 중학생 때의 나를 돌아보니까 ‘그때 내가 그랬던 게 부담감 때문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조금 들긴 하는데, 당시에는 부담을 느낀다거나 그러진 않았어요.”
청소년 수영 선수 사이에서 장래가 촉망되던 이호준 선수였지만 머지않아 그는 위기를 맞았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찾아온 슬럼프는 수년간 그를 힘겹게 했다. 꾸준히 운동해도 기록이 크게 나아지지 않고, 머릿속에 안개가 낀 듯 뭘 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아 앞이 보이지 않던 날들. 그는 불과 2022년까지도 슬럼프를 겪고 있었다고 전했다. 지난 2년 사이 괄목할만한 성장을 보여준 그였기에 어떤 모습으로 슬럼프를 극복했는지 더욱 궁금했다.
“특별한 비결은 없고, 그냥 작년 같은 순간을 바라보면서 꾸준히 묵묵하게 연습했어요. 좋아도 하고 싫어도 하고 잘해도 하고 못 해도 하고, 그런 우직한 방법이 저한테 잘 맞았던 것 같아요.”
공들인 시간이 곧바로 결과로 나타나지 않는다며 금세 지쳐버릴 법도 한데 이호준 선수는 무너지지 않았다.
오히려 젖산 훈련 같은 강도 높은 훈련이나 시합에 완전히 직결되는 기록 훈련을 할 때 실제 시합을 뛴다는 마음으로 더욱 집중해서 훈련에 임했다. 그에게 힘들 때 가장 힘이 되는 것이 무엇인지 묻자 사람들, 물건들, 취미생활도 아닌 ‘초심’이라는 의외의 답변이 돌아왔다. 훈련이 힘들어서 마음이 흔들린다거나 포기하고 싶을 때 자신이 수영을 왜 시작했고 왜 계속 운동하고 있는지 생각하면 마음을 다잡고 긍정적으로 일어설 수 있게 된다고.
“일희일비하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저희는 일주일 내내 운동해야 하는데 감정에 휩쓸려 흐트러질 때마다 저한테 떳떳하지 못하다고 느껴져요. 스스로 부끄럽지 않으려는 게 목표입니다.”
꾀부림 없이 기본에 충실했던 시간이 하나둘 쌓이자 자연스러운 수순처럼 그에게 영광의 순간이 찾아왔다. 이제 그는 명실공히 대한민국 금메달리스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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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성장하는 동료가 있기 때문에

이호준 선수의 특기는 자유형 200m다. 이전에는 400m나 800m, 더 어렸을 때는 1,500m 시합에도 출전하는 등 중장거리 종목에서 활약했는데, 우리나라가 800m 계영을 특별 육성 종목으로 키우기 시작하면서 국가대표 선수들의 200m 기록이 전체적으로 상향되었고 이호준 선수 또한 200m 경영을 좀 더 집중적으로 훈련하기 시작했다.
200m 경영은 순간적인 스피드와 지구력이 모두 요구되는 종목이기 때문에 100m 훈련을 통해 순간적인 스피드를, 400m 훈련을 통해 부족한 지구력을 메꿔가면서 자신의 기록을 단축해 나갔다.
그 결과 2023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자유형 200m 1분 45초 70의 기록으로 세계수영선수권대회 기준기록을 통과했고, 제19회 항저우아시안게임 남자 자유형 200m에서 1분 45초 56으로 동메달을 획득하는 등 눈부신 성장세를 보여주었다.
혹자는 이호준 선수의 기량이 눈에 띄게 달라진 것을 두고 동료 선수들에게 자극받았기 때문이 아니냐고 논한다고 전하자 이 선수 역시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렇죠. 누군가를 배우느냐, 어떤 운동을 하느냐도 중요하지만 누군가 같이 운동하느냐도 그 두 가지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늘 옆에서 같이 운동하는 우민이랑 선우는 그야말로 최고의 선수들이고, 또 그 둘에 버금가게 열심히 하는 훌륭한 자유형 선수들도 굉장히 많아요. 그 모습을 항상 감명받고 경쟁하며 보다 전체적으로 실력이 올라간 것 같습니다. 다들 좋은 멤버와 함께 시합을 뛰고 싶다는 의지가 강하게 느껴져서 저도 안주하지 않고 더 열심히 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의 말처럼 이호준 선수는 동료들과 함께 우리나라 남자 계영의 등불을 환하게 밝히고 있다. 그는 보통 시합 직전에 음악을 들으며 긴장을 풀고 생각을 정리하는데, 계영에서는 그런 것 없이도 마음이 편하다. 믿고 의지하는 동료 선수들과 함께 스타트대에 오르기 때문이다. 국제대회에서 처음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800m 계영은 이호준 선수에게 여전히 생생한 기억이다.
“다른 팀들과 차이가 크게 벌어져 있기도 했고, 제 다음으로 나오는 두 선수가 워낙 잘하고 믿는 친구들이었기 때문에 절대 지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하긴 했어요. 그래도 어쨌든 터치가 되기 전까지는 경기가 마무리된 게 아니니까 노심초사하는 마음이 굉장히 컸죠.”
선두로 나가던 중국을 추월하며 소임을 마친 그는 다음 주자인 김우민, 황선우 선수의 경기를 지켜보며 지지 않을 거라 믿으면서도 마지막 순간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했다. 마침내 황선우 선수가 터치패드를 쳤을 때 이 선수는 울컥한 마음에 눈물을 쏟았다.
“16살 때 처음 국가대표가 된 후로 항상 금메달을 목에 거는 순간을 꿈꾸면서 운동을 했었는데, 막상 실현되니까 생각한 것만큼 엄청 다른 느낌은 아니더라고요. 뭔가 해내야 할 일을 잘 해낸 느낌이었던 것 같습니다. 우리 4명이 함께 좋은 결과를 낸 것 같아서 너무 좋았죠.” 겸연쩍은 듯 덤덤하게 소회를 밝혔지만, 그가 보여줬던 벅찬 모습은 그날까지 노력해 온 그의 지난날을 대변하는 듯했다. 마치 복권에 당첨된 것처럼 운이나 요행으로 얻어진 결과였다면 오히려 비현실적인 상황에 얼떨떨하고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흘렸던 땀방울만큼, 갈랐던 물살만큼 정직하게 돌아온 결과였기에 이호준 선수는 벅찬 마음으로 메달을 받아들었다.
선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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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한결같이 물살을 가르다

대회를 거듭할수록 나아지는 기록에 지켜보는 이들은 갈채를 보내지만 정작 이호준 선수 본인은 시합 결과가 연습 때보다 못한 것 같아 속상할 때가 많다. 2024 국가대표 선발전에서도 좀 더 분발했더라면 세계적으로 내로라하는 선수들과 경쟁해볼 수 있었을 거라는 생각에 아쉬움이 크다고. 하지만 단체전에서도 자신이 필요한 역할이 분명히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굴하지 않고 다음 목표를 향해 전진한다.
최근 미국의 수영 저널 <스윔스왬>은 우리나라가 파리올림픽 남자 계영 800m에서 3위를 기록할 수 있을 거라고 예측했다. 항저우아시안게임과 도하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 보여준 성과로 인해 국민의 기대감 또한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선수들의 어깨가 무겁다.
“선발전에서 조금만 더 잘하면 선우와 함께 더 좋은 모습, 멋있는 경기가 나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욕심을 많이 부렸던 것 같은데 그런 부분이 아쉬운 기록으로 나오지 않았나 생각이 들어요. 지금 선수촌에 들어온 지 한 2주 정도 됐는데, 여기서는 뭔가 좀 더 즐겁게 운동하려고 노력하고 그냥 순간순간을 즐기려고 하니까 아시아게임 준비할 때처럼 다시 잘되고 있는 것 같아요. 올림픽도 똑같은 시합 중 하나일 뿐이니까 원래 하던 대로 즐겁게 최선을 다하는 게 제 방법인 것 같아요.”
인터뷰를 마치며 이호준 선수에게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없는지 물었다. 아주 잠시 말을 고르던 그는 흔들림 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작년에도 예선을 뛴 멤버들이 있었고, 몇 명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이번 계영에도 저랑 선우, 우민이 말고 몇 명의 선수가 더 참여하게 될 텐데요. 그 선수들뿐만 아니라 코치 선생님들, 트레이너 선생님들 모두 선수권대회나 아시안게임, 또 올림픽이라는 큰 대회를 치르는 데 있어서 일조해 주셨기 때문에 저희가 좋은 결과를 내는 거라고 생각해요. 사람들은 금메달을 따는 저희 모습만 기억하시겠지만, 금메달을 만들어내는 과정에 메달리스트 말고도 많은 분들이 있다는 것도 떠올려주셨으면 좋겠어요.”
이호준 선수는 마치 아무도 건드리지 않은 잔잔한 호수에 비친 교교한 달빛처럼 티 없이 맑고 선한 분위기를 가진 사람이었다. 주위 상황에 동요되지 않고 언제나 한결같은 모습으로 묵묵히 수경을 쓰는 수영 국가대표 이호준.
노력의 가치를 아는 그의 곧은 태도가 파리올림픽에서 좋은 결과로 이어지길 마음을 다해 소망해본다.
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