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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히어로

2024년 6월 스포츠히어로
유도블리의
한판승
유도
김하윤 선수
선수사진
본 콘텐츠는 대한체육회에서 발행하는 월간지 에서 발췌 되었습니다.
10여 년 전 혜성처럼 등장해 우리나라 취약 종목인 여자 유도 최중량급 간판스타로 우뚝 솟은 김하윤 선수.
언제나 긍정적인 태도로 후회 없는 한판을 따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그가 드디어 생애 첫 올림픽에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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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로 시작한 유도, 인생을 바꿀 줄이야

아침 식사와 개인 정비를 막 끝낸 오전 10시. 진천선수촌 유도장에 열한 명의 전사가 떴다. 태극마크를 달고 파리올림픽에 임전할 준비를 끝마친 위풍당당한 유도 선수들 가운데 유독 눈길을 끄는 귀여운 선수가 있다. 카메라를 보며 환하게 미소 짓는 그는 바로 유도 국가대표 김하윤. 지난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 온 국민의 머릿속에 티 없이 맑은 미소 하나를 각인시킨 우리의 금메달리스트다.
김하윤 선수는 다른 선수들에 비해 조금 늦게 유도를 시작한 늦깎이다. 국가대표 중 많은 선수가 이르면 초등학생 때부터 유망주로 점찍혀 온 것과 달리 김하윤 선수는 중학교 3학년이 되어서야 유도복을 입었다. 타고난 운동신경이 좋아 이전부터 태권도며 검도, 테니스 등 다양한 스포츠에 조금씩 발을 담가보곤 했는데 유독 유도가 그의 손에 착착 감겼다.
취미로 가볍게 시작한 운동이 자신의 인생을 바꿀 터닝 포인트가 될 거라고 상상이나 했을까? 김하윤 선수의 잠재력은 주변 사람들의 눈에 먼저 띄었다. 프로 운동선수로서 진로를 탐색해 보라는 주위의 권유가 이어졌다. 하지만 아무리 재능이 있다고 해도 국가대표가 되겠다고 마음먹는 건 별개의 이야기. 특별한 계기가 있느냐 문자 김하윤 선수는 잠시 고민하는 듯하더니 이내 깜찍한 대답을 내놓았다.
"아 그 이유가 컸던 것 같아요. 선수를 하면 대학교를 그냥 갈 수도 있다! 그걸 알았을 때 운동선수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했던 것 같아요(웃음)."
고등학생이 되어 본격적으로 선수 활동을 시작한 김하윤 선수는 유도를 배운 지 1년 만인 2015년, 제96회 전국체육대회에서 자신 있게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이후 3년간 전국체육대회에서 연달아 우승을 차지하며 차세대 유도 스타의 탄생을 알렸다.
그렇게 김하윤 선수는 소망한 대로 수월하게 대학 진학을 이뤄냈다. 여러 대학의 러브콜 가운데 최종적으로 선택한 곳은 한국체육대학교 최중량급 금메달리스트의 재목을 알아본 전 유도 금메달리스트 조민선 교수의 손을 잡았다. 대학에서 훌륭한 스승의 가르침을 받은 김하윤 선수는 주특기인 안다리걸기를 완성해 냈고, 2019년 IJF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세계랭킹의 고지를 향해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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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쁘게 웃고 넘겨버릴래

"아무래도 유도는 한판 메치고 승리하는 것 그게 제일 매력인 것 같아요."
유도의 매력은 간결하지만 명료하다. 상대 선수를 시원스럽게 메쳐 한판을 따내는 순간, 선수 본인과 보는 사람들 모두에게 짜릿한 쾌감을 안긴다. 하지만 그 시원한 한판, 결정적인 한순간을 위해 유도 선수가 흘려야 하는 땀방울은 메달 하나로 보상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듯하다.
"새벽에 체력 운동할 때가 제일 힘들다"라고 밝힌 김하윤 선수의 말처럼 유도 국가대표팀은 훈련이 혹독하기로 소문나있다. 종일 이어지는 강행군에 한 번쯤 투덜거릴 법도 한데 김하윤 선수는 씨익 웃고 훌훌 털어버린다. 세계랭킹 4위를 쟁취할 때까지 남다른 피지컬과 운동 감각, 숙련된 기술도 중요했겠지만, 긍정적인 마인드야말로 그의 최대 강점이 아니었을까?
"저는 좀 힘들고 어려운 일이 있어도 자고 일어나면 다 괜찮아져요. 훈련 중 쉴 때마다 감독님께서 '이렇게 계속 쉴 거냐, 시합 때도 이렇게 그만둘 거나'라고 혼내 주시는데, 그러면 더 정신 차리고 훈련하게 되더라고요."
김하윤 선수의 긍정적인 자세는 여자 유도 국가대표팀 김미정 감독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김미정 감독은 김하윤 선수가 처음에는 국가대표 후보 선수로 시작해 빛을 보지 못했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꾸준히 노력해 이내 1군으로 올라왔고, 그때부터 더욱 눈여겨보기 시작했다고. 이어 1991년도 유도세계선수권대회 최중량급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문지윤 선수의 강점이 바로 '빠른 발'이었다고 언급하며, 김하윤 선수 역시 월등한 순발력을 갖추고 있어 충분히 메달 가능성이 있다고 확신했다.
"김하윤 선수는 체격에 비해서 굉장히 빨라요. 헤비급인데도 유도뿐만 아니라 다른 종목 역시 못 하는 게 없을 정도로 운동 감각이 굉장히 좋죠. 이번 세계대회를 보셨으면 알겠지만, 김하윤 선수는 엄청 빠르고 굉장히 공격적이고, 자신감이 넘치고, 긴장감도 없어요. 연습 때 잘하는 선수가 막상 시합에서는 긴장 때문에 경기를 잘 못 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런데 김하윤 선수는 안정적이에요. 두려움이 없어요. 그리고 시합에 지면 질수록 더 과감해져요."
국제 대회에서 보여준 활약상을 바탕으로 최중량급 메달리스트로서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연일 상승세를 이어가던 김하윤 선수였지만, 지난 2020 도쿄올림픽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고배를 마시며 아쉽게 올림픽 출전권을 놓치고 말았다. 당시 갑작스레 몸 상태가 나빠지면서 체중이 20kg 가까이 줄어들었고, 이로 인해 경기에서 선전하기 힘들었던 것. 하지만 속상함도 잠시, 김하윤 선수는 실패를 딛고 우뚝 일어섰다. 다음 세계대회를 기약하며 곧바로 몸 관리와 훈련에 들어간 결과 포르투갈 그랑프리, 파리 그랜드슬램 등 유수의 세계대회를 제패했고, 이어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거머쥐며 노메달의 수모를 겪을 뻔했던 유도의 구원투수로 날아올랐다.
선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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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 없는 한판승을 향해

우리나라 대표 효자종목이었던 유도는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이후 한동안 침체기를 겪었으나 국가대표팀의 피땀 어린 노력 끝에 최근에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하는 등 부활의 전조를 보이고 있다. 선수단 내에서도 다 같이 파이팅하는 분위기가 절로 형성되고 있다고.
특히 그동안 남자 유도에 비해 성적이 저조했던 여자 유도팀이 김하윤 선수와 허미미 선수를 중심으로 약진하면서 기대감이 한껏 높아지는 중이다. 2024년 현재까지 대한민국 여자 유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는 단 두 명뿐이다. 1992 바르셀로나올림픽의 김미정 감독과 1996 애틀랜타올림픽의 조민선 교수다. 두 명의 금메달리스트로부터 사사한 김하윤 선수는 특별한 인재임에 틀림없다. 더욱이 여자 유도 최중량급은 그동안 우리나라 취약 종목이었기 때문에 김하윤 선수가 더욱 보석 같은 선수로 여겨질 수밖에 없다. 김하윤 선수는 막바지 훈련에 열을 올리며 동시에 컨디션 관리에도 신경 쓰고 있다. 지난 도쿄올림픽 때와 같은 아쉬움을 남기지 않기 위해 일찍부터 건강을 살펴 왔지만 연일 이어진 대회와 훈련으로 군데군데 아픈 곳이 있어 미리미리 체크하는 중이다. 생애 첫 올림픽을 앞두고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을 테지만, 주변의 기대 어린 시선이 많아지는 만큼 긴장감도 클 것 같았다.
"저는 원래 시합 들어가기 전에 긴장을 잘 안 하는 편이기도 한데요. 만약 긴장하게 되면 스스로 '할 수있다. 할 수 있다'라고 계속 세뇌하는 편이에요. 기술적으로는 제가 가진 주특기가 많지 않기 때문에 기술을 좀 더 다양하게 쓰려고 연구하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이 중국의 쉬스옌 선수를 김하윤 선수의 라이벌로 꼽지만, 김하윤 선수는 개인적으로 브라질의 소자 베아트리스 선수를 라이벌로 생각한다고 귀띔했다. 김하윤 선수의 설명에 따르면 두 사람은 이번 파리올림픽에서 16강 혹은 8강에 맞불게 될 예정이다. "조민선 교수님 이후로 금메달리스트가 안 나왔기 때문에, 아무래도 그 뒤를 이어서 금메달 시상대에 서고 싶다는 생각이 큽니다. 제 생애 첫 번째 올림픽이기 때문에 후회 없이 최선을 다해 좋은 성적을 가져오고 싶습니다."
사랑스러운 유도블리 김하윤 선수의 인생 최종 목표는 경찰이다. 어린 시절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헌신하는 경찰이 되길 꿈꿔왔다고. 올림픽과 세계대회에서 후회 없는 성과를 내고 나면, 국가대표 출신이라는 자랑스러운 타이틀에 부끄럽지 않은 경찰이 되는 게 그의 다음 목표다.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며 대한민국 유도를 노골드의 위기에서 구해낸 김하윤 선수. 경기 후 그가 보여준 환한 미소는 더없이 맑고 순수했다. 요령 부리는 일 없이 훈련에 매진한 결과였기에, 누구보다도 당당하고 떳떳하게 따낸 금메달이었기에 그토록 자신 있게 미소 지을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다가올 파리올림픽에서 또다시 만나게 될 김하윤 선수의 환한 미소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