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콘텐츠는 대한체육회에서 발행하는 월간지 에서 발췌 되었습니다.
2023 배드민턴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 2관왕에 오르며 대한민국 배드민턴 복식의 황금기를 예고한 서승재 선수. 그가 생애 두 번째 올림픽에 도전한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그의 눈부신 성장 비결은 배드민턴을 즐기고 사랑하는 마음이 아닐까.
행복을 향한 랠리가 시작된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생활 체육 종목 중 하나인 배드민턴. 남자 배드민턴 간판선수로 우뚝 선 서승재 선수 역시 생애 처음 배드민턴을 만난 곳은 지역 동호회였다. 배드민턴 동호인이었던 부모님을 따라다니면서 어릴 적부터 자연스럽게 라켓과 셔틀콕을 갖고 놀았고, 그 모습에서 남다른 재능을 알아본 동호회 코치가 본격적으로 배워볼 것을 제안했다고. 그렇게 서승재 선수는 초등학교 2학년이라는 어린 나이부터 엘리트 체육인의 길을 걷게 되었다.
초등학교 내내 전국 소년체전을 비롯한 각종 유소년 대회에서 고학년 선수들을 꺾으며 두각을 드러내던 서승재 선수는 중학교 진학 후 주니어 대표로 발탁되었다. 이후 2011 ANA 아시아 주니어배드민턴선수권대회 15세 이하 남자 복식, 2014 제57회 전국 여름철 종별배드민턴선수권대회 고등부 남자 단식, 이용대 올림픽 제패 기념 2014 화순 전국 학교대항 배드민턴선수권대회 남자 단식 등 굵직한 대회를 석권하며 기량을 뽐냈다. 그리고 고등학교 2학년이었던 2014년, 그는 마침내 배드민턴 단식 국가대표가 되었다.
처음 국가대표라는 배지를 단 이후로부터 어느덧 11년이 흘렀다. 태어날 때부터 주어진 재능도 뛰어나지만, 서승재 선수가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고 꾸준히 노력할 수 있는 이유는 그가 배드민턴을 무척 사랑하기 때문일 것이다. 처음 배드민턴 라켓을 손에 쥐었던 어릴 때나 국가대표가 된 지금이나 여전히 배드민턴이 너무 재밌다는 서승재 선수. 그는 가장 힘들어하는 훈련으로 단순 웨이트 트레이닝을 꼽으면서도, 랠리를 버틸 체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피할 수 없는 단련이라고 마음을 다잡는다.
"지금도 배드민턴이 재밌어요. 운동선수라는 직업 때문만이 아니라, 그냥 배드민턴을 할 때 재밌어요.
이겼을 때 너무 좋고, 졌을 때도 제게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서 다시 도전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아서 계속 배드민턴을 치고 있습니다."
남복의 생명은 스피드, 혼복의 포인트는 찬스 메이킹
"아직 형들만큼 실력이 많이 올라오지 못했지만 그래도 이번 파리올림픽에서 꼭 좋은 성적을 내서 다시 남자 복식의 위상을 높이고 싶습니다.”
배드민턴이 서승재 선수의 인생이 된 계기는 무엇이었을까? 그는 선배들이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모습을 보고 자라면서 국가대표의 꿈을 키웠다고 전했다. 그의 말처럼 한때 우리나라 배드민턴 남자 복식은 이용대 선수와 유연성 선수의 콤비 플레이를 통해 전 세계에 배드민턴 강국으로서의 위용을 떨쳤지만, 두 선수가 물러난 이후 한동안 침체기를 겪어야 했다. 그러한 상황 속에서 올라운더가 되어야 하는 단식은 물론 파트너와 호흡을 맞춰야 하는 복식에서도 두루 실력을 갖춘 서승재 선수의 등장은 대한민국 배드민턴계에 한 줄기 빛과 같았다.
현재 서승재 선수는 국가대표팀에서 복식 에이스로 활약 중이다. 강민혁 선수와 남자 복식조를, 채유정 선수와 혼합 복식조를 이뤄 세계 무대를 주름잡았고 파리올림픽 마지막 랭킹 포인트 집계에서 서승재, 강민혁 페어는 남자 복식 세계랭킹 4위, 서승재, 채유정 페어는 혼합 복식 세계랭킹 3위를 기록했다.
"남자 복식은 스피드가 제일 우선인 것 같아요. 전위 플레이에서 상대방보다 좋은 스트로크를 만들어 내면 공격적인 플레이를 할 수 있고, 그게 득점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아서 이런 연계 플레이가 다른 선수들보다 뛰어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희는 상대적으로 전위나 중위에서 포인트를 내는 게 좀 부족한 것 같아 집중적으로 보완하고 있습니다."
서승재 선수는 3년간 호흡을 맞춰온 강민혁 선수와의 플레이를 이렇게 진단하며 파리올림픽 대비 전략을 차분히 설명했다. 이어 치열한 공방이 예상되는 남자 복식전에 대한 의견을 묻자 "선수들의 실력은 종이 한 장 차이"라고 담백하게 대답했다. 경기 당일 컨디션을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승패를 좌우할 것이라 예상하는 그는 "파리 현지 분위기에 빨리 적응해 조별 예선 첫 경기부터 플레이를 이끌어가며 자신감을 찾는 게 관건”이라고 전했다.
반면 혼합 복식은 남녀 선수의 스피드와 파워 차이를 고려한 플레이를 펼쳐야 한다. 서승재 선수가 무턱대고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면 상대 진영이 이를 강하게 맞받아쳐 파트너인 채유정 선수에게 위협적인 공격으로 되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무작정 공격을 퍼붓기보다는 다양한 공격을 펼쳐 랠리를 계속 이어갈 수 있도록 흐름을 만들고, 파트너가 자신의 스피드에 따라올 수 있게끔 볼 처리를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무엇보다도 서승재, 채유정 페어의 가장 큰 특징은 두 사람 모두 왼손잡이라는 점이다. 배드민턴 복식에서 두 선수 모두 왼손잡이인 조합은 흔치 않은 경우다 보니 상대 선수들은 경험해 본 적 없는 낯선 플레이에 당황하게 된다. 셔틀콕의 코스와 변화가 오른손으로 쳤을 때와는 너무 다르므로 반격에 애를 먹는 것이다. 이러한 의외성은 분명 두 사람에게 큰 강점이 될 거라는 사람들의 짐작과 달리 서승재 선수는 객관적인 평가를 내놓았다.
"저희가 1~2년 호흡을 맞춘 게 아니고 수년 동안 함께 경기를 뛰어왔기 때문에 다른 선수들도 저희 플레이에 적응했을 겁니다. 그래서 특별히 강점이라고 생각하고 있진 않아요. 오히려 그동안의 경기를 복기해 보면 둘 다 왼손잡이여서 백(back) 쪽에 떨어지는 볼에 대처가 미흡할 때가 많았습니다. 지금 유정이 누나는 백 쪽에 다양한 코스가 나올 수 있게 스트로크를 연습하고, 저도 무작정 때리는 게 아니라 템포 조절을 하면서 저희가 안정적으로 공격권을 만들 수 있게 훈련하고 있습니다."
파리올림픽을 앞두고 서승재 선수가 개인적으로 챙기는 또 하나의 대비는 체력 관리다. 그는 아무리 기술을 연마해도 체력이 부족하면 제대로 된 기술을 구사할 수 없다고 전했다. 올해 인도네시아 오픈과 싱가포르 오픈에서 이를 여실히 느낀 서승재 선수는 체력 강화와 컨디션 관리에 힘쓰는 중이다.
"제가 항상 두 경기를 뛰다 보니까 아무래도 체력 저하가 문제가 될 수 있거든요. 그래서 무조건 하루에 한 번씩은 웨이트 트레이닝을 합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최소한의 트레이닝양은 채우려고 해요. 훈련이 끝나면 충분히 휴식하면서 불필요한 체력 소모를 줄이고, 식사도 영양식으로 챙겨 먹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