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피플

대한민국 스포츠의 미래를
이끌어 가는 경기인 및 동호회/클럽을 만나보세요.

  • Home
  • S피플
  • 스포츠히어로

스포츠히어로

2025년 3월 스포츠히어로
한국 남자 피겨스케이팅의 새로운 시대를 열다
남자 피겨스케이팅 국가대표
차준환
선수사진
본 콘텐츠는 대한체육회에서 발행하는 월간지 에서 발췌 되었습니다.
2025 하얼빈동계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획득. 대한민국 남자 피겨스케이팅 국가대표 차준환 선수가 새로운 역사를 썼다. 부상을 극복하고, 자신의 한계를 끊임없이 넘어서며 새로운 도전의 연대기를 써 내려가고 있는 차준환 선수. 그는 어떤 마음으로 이 여정을 이어 가고 있을까? 차준환 선수가 걸어온 길, 그 피겨의 세계에 관해 들어 보았다.
가로바이미지

한국 남자 피겨스케이팅 최초의 금메달

지난 2월, 2025 하얼빈동계아시안게임에서 한국 피겨스케이팅의 새 역사가 쓰였다. 차준환 선수가 남자 피겨스케이팅 경기 싱글, 프리 합계 1위에 오르며 금메달을 획득했다. 한국 남자 피겨스케이팅 역사상 최초의 금메달이다. 금메달이 확정되던 때, 차준환 선수는 믹스트존에서 인터뷰 중이었다. 막 경기를 마친 소감을 말하던 중 들려온 금메달 소식. 한국 남자 피겨스케이팅 역사에도, 그가 쌓아 온 선수로서의 시간에도 상당히 의미 있는 순간임이 분명한데, 예상외로 그의 반응은 차분했다. “좋은 결과가 나와서 당연히 기뻤죠. 그래도 결과에 집착하면서 경기하지는 않는 편이라, 모든 과정이 잘 끝났다는 게 가장 좋았습니다. 준비한 연기 과정을 잘 해냈고, 경기를 무사히 마쳤다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웠어요. 제가 할 수 있는 것을 다 했다는 점에서 마음이 홀가분했는데 금메달 소식까지 들으니 기쁘고 감사했습니다.”
2025 하얼빈동계아시안게임 피겨 스케이팅 남녀 동반 금메달 획득은 우리나라 피겨스케이팅의 위상을 제고하고, 동계 스포츠를 향한 국민들의 관심을 고양했다는 평을 받는다. 특히 차준환 선수의 남자 피겨스케이팅 최초 금메달 소식은 전 국민적 관심을 받았다.
동계아시안게임을 마친 후 귀국하는 대표팀과 차준환 선수를 보기 위해 수많은 시민이 인천국제공항으로 몰려 들었으며, 동계아시안게임에 이어 지난 2월 서울에서 열렸던 2025 ISU(국제빙상경기연맹) 4대륙 피겨스케이팅 선수권 대회에서는 남자 싱글 프리 프로그램 경기일 표가 매진되기도 했다.
가로바이미지

최초의 연속

차준환 선수에게 이토록 많은 관심이 모이는 이유는 그가 걷고 있는 길이 선수 개인의 업적을 넘어 대한민국 남자 피겨스케이팅의 역사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는 한국 스케이팅 역사에 수많은 ‘최초’를 새겼다.
만 14세의 나이에 4회전 점프에 성공하며 국제대회 경쟁력을 입증하기 시작했고, 2016-17시즌에는 한국 선수 최초 ISU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 동메달을 획득했다. 열일곱 살에 한국 남자 피겨 사상 최초로 시니어 피겨 그랑프리 파이널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뤘고, 2018-19시즌 그랑프리 파이널 동메달이라는 성과를 올렸다. 역시 한국 남자 선수로서는 최초의 메달 기록이다. 이뿐 아니다. 2021-22시즌 그랑프리 파이널에서는 2위에 오르며 한국 남자 선수 최초의 메달을 기록했고, 2022년 베이징동계올림픽에서는 한국 남자 선수 최초로 올림픽 TOP 5 안에 이름을 올렸다. 2023년 ISU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2위를 기록하며 한국 남자 싱글 최초로 포디움에 오르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2024-25시즌을 앞두고 부상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기도 했으나, 부상을 딛고 나선 2025 전국
남녀 피겨스케이팅 종합선수권대회 및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우승하며 전인미답의 대회 9연패를 달성했다. 이후 2025 토리노동계세계대학경기대회 한국 남자 선수로 34년 만에 메달(3위), 2025 하얼빈동계아시안게임에서는 한국 남자 피겨 사상 최초로 금메달을 획득하는 기염을 토한다.
선수 사진
가로바이미지

창작하고 표현하는 피겨스케이팅의 매력

이처럼 다양한 국내외 대회에서 연속 메달권에 오르며 남자 피겨 역사의 새 장을 쓰고 있는 차준환 선수.
최연소 4연속 점프 성공, 여러 대회를 거치며 쌓인 수많은 ‘최초’의 기록과 높은 성적, 높은 프로그램 구성 점수(PCS) 등 기록을 살피다 보면, 일견 그를 기술적 완성도로 승부 보는 선수로 인식하기 쉽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힘과 속도, 잘 잡힌 신체의 균형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며 그려 나가는 그의 스케이팅과 점프는 절로 감탄을 불러일으키니까. 하지만 차준환 선수의 정말 특별한 점은 사실 그 정교한 기술적 완성도 위에 피부처럼 자연스레 묻어나는 표현력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탄탄한 스케이팅 위에 쌓아 올린 곡에 대한 자신만의 해석과 섬세한 연기는 피겨 스케이팅 프로그램에 예술성을 불어넣는다.
어떻게 이런 표현력을 만들어낼 수 있었을까? 차준환 선수는 “음악에 따라 자기 자신에게 스토리라인을 부여하려 노력”한다고 말한다.
“음악을 고르고 이를 표현할 때 특히 가사에 중점을 두는 편입니다. 가사를 따라가며 감정을 이입하고 프로그램을 전반적으로 표현하고 있어요.”
차준환 선수는 “매 시즌 두 개 이상의 프로그램을 창작”하고 있다며, 이 ‘창작’이 그가 피겨스케이팅을 사랑하는 가장 큰 이유라고 밝혔다.
“피겨스케이팅에서 가장 중요한 것 딱 하나를 꼽으라면 저는 ‘기술과 창작의 조화’를 고를 것 같습니다. 단순히 기술적 완성도를 넘어서 저만의 스타일로, 원하는 방향성을 담아 프로그램을 만들고 이를 표현하는 거죠.” 예술적 표현을 충분히 담아낼 수 있는 탄탄한 기술력, 그리고 그 기술력을 바탕으로 조화롭게 피어나는 예술적 세계. 그는 이 둘의 조화를 아름답게 이뤄내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노력한다며 웃었다.
가로바이미지

매일 쌓아가는 작은 순간에 만족하며 계속 나아갑니다

피겨스케이팅을 시작한 후 즐겁고 보람찬 순간도 많았지만, 당연히 모든 순간이 늘 영광스럽고 감사하기만 했던 건 아니다. 대부분 운동선수가 겪는다는 슬럼프나 부상의 어려움이 그에게도 있었다. 차준환 선수는 이를 어떻게 이겨냈을까? 그는 “이겨내기보다 맞이하려 노력했다”라고 담담히 밝혔다. 단순히 힘든 시기를 견딘다고 생각하기보다 그 시간을 어떻게 의미 있게 살 수 있을까 고민했다고.
“시즌 전에 부상이 심해서 한동안 스케이트를 신을 수 없었던 적이 있습니다. 선수 생활을 시작하고 그렇게 오래 스케이트를 쉬었던 건 처음이었어요. 스케이트를 신고 연습하는 건 제 일상의 아주 커다란 부분이었는데, 이를 멈추니 삶의 큰 부분이 멈추는 것 같아 조금 불안하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다른 작은 부분에 의미를 부여하고 그 상황에서도 만족을 느끼려 노력했어요. 그날그날 할 수 있는 작은 것들을 성실히 해나가면 된다고 믿었습니다.”
이 기간, 차준환 선수는 한동안 스케이트를 쉬면서도 다른 운동을 꾸준히 해나가며 몸을 만들었다. 그렇게 나선 2024-25시즌, 그는 부상으로 인한 불안과 불확실, 국민들의 기대라는 압박감을 이겨내고 이번 시즌 여러 대회에서 뛰어난 성과를 거두었다. ISU 그랑프리 2차 대회 ‘스케이트 캐나다 인터내셔널’ 동메달,
2025년 1월 토리노동계세계대학경기대회 동메달에, 2025 하얼빈동계아시안게임 금메달, 서울에서 열린 국제빙상연맹(ISU) 4대륙 피겨 선수권대회 은메달을 획득했다. 차준환 선수는 그중에서도 자국에서 열린 4대륙 선수권대회의 의미가 각별했다고 말했다.
“힘든 시기를 겪고, 자국에서 열리는 국제 대회에서 많은 팬들의 응원을 받는 경험은 정말 특별했습니다. 정말 감사했어요.”
피겨스케이팅이 자신의 “하루하루를 그대로 담아내는 일기” 같다는 차준환 선수. 그 과정에 자신의 감정과 이야기를 담아 세상에 전하는 게 즐겁고 기쁘다고 했다. 그는 이제 한 발 더 앞으로 나아가 더 많은 사람과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며, 대한민국 피겨스케이팅의 새로운 기준을 세워간다.
2026년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이 열린다. 출전한다면 차준환 선수의 세 번째 올림픽이 된다. “두 번의 올림픽을 거치며, 올림픽 참가 자체가 정말 소중하고 특별한 경험임을 배웠습니다. 이번에도 출전해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열심히 준비하고 있으니 국민 여러분의 많은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한국 남자 피겨스케이팅의 새로운 가능성을 연 차준환 선수. 향후 그가 걸어 나간 길은 한국 남자 선수들에게 하나의 기준이 될 것이다. 놀라운 점은 그의 길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여전히 성장 중이다. 그리고 여전히 자신의 길을 성실히 걷고 있다.
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