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콘텐츠는 대한체육회에서 발행하는 월간지
에서 발췌 되었습니다.
월등한 실력으로 고등부를 평정하며 대중에게 눈도장을 톡톡히 찍었던 육상계의 초신성이 드디어 시니어 무대에 나타났다. 탄탄한 근력과 포기하지 않는 끈기를 밑거름 삼아 기록 단축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나마디 조엘 진 선수. 100m 9초대 진입이라는 우리 모두의 꿈을 이루기 위해 그는 오늘도 스타팅 블록에 발을 올린다.
단거리 육상 기대주, 나마디 조엘 진
탕! 출발을 알리는 신호탄 소리와 함께 2025 구미 아시아 육상선수권대회(이하 '구미 아시아선수권') 남자 400m 계주가 시작됐다. 8개국에서 출전한 32명의 선수들은 금빛 영광을 꿈꾸며 사력을 다해 트랙을 내달렸고, 마침내 대한민국이 38초 49라는 한국신기록을 수립하며 육상 400m 계주 사상 첫 금메달을 획득하는 경이로운 쾌거를 이뤘다. 건네받은 태극기를 둘러메고 환한 얼굴로 세레모니를 펼친 네 명의 대한민국 국가대표 중 유독 눈에 띄는 앳된 선수가 있었다. 이제 갓 국가대표팀에 합류한 19살 막내 나마디 조엘 진 선수다.
선배 국가대표인 서민준, 이재성, 이준혁 선수와 함께한 경기에서 조엘 진 선수는 2번 주자로서 4번 트랙 위에 올랐다. 빠르게 스타트를 끊어준 서민준 선수로부터 8개국 중 가장 먼저 바통을 이어 받은 그는 특유의 폭발적인 스피드로 질주하며 5번부터 8번 트랙의 선수들을 모조리 따라잡았다.
"이번 대회가 국내에서 진행된 국제 대회이고, 선발전 때부터 꿈꿔왔던 순간이라 많이 긴장되고 부담이 컸는데 좋은 결과로 마무리 할 수 있어 정말 기뼜습니다. 400m 계주 주자로 선발되어 연습하기 전까지는 개인 기량을 끌어올리는 시기였기 때문에 계주 연습량이 아주 많진 않았어요. 하지만 그만큼 서로를 굳게 믿었고, 단합이 잘 되어서 이렇게 좋은 결과를 얻은 것 같습니다."
조엘 진 선수의 말처럼 대표팀이 이뤄낸 값진 결과의 바탕에는 피나는 연습과 서로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있었다.
대한민국 남자 400m 계주 대표팀은 구미 아시아선수권에 앞서 치러진 2025 광저우 세계육상릴레이선수권대회(이하 '광저우 세계선수권')에서도 예선(서민준, 나마디 조엘 진, 이재성, 고승환) 38초 56과 패자부활전(서민준, 나 마디 조엘 진, 이재성, 이준혁) 38초 51을 기록, 한국신기록을 연일 경신하며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갔다.
아쉽게도 2025 도쿄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출전권은 놓쳤지만, 조엘 진 선수는 광저우 대회를 치르며 얻은 것이 많다.
"광저우 세계선수권 때는 스스로 충분히 준비가 안 된 상태라고 생각해서 불안감이 좀 심했어요. 그래도 그동안 훈련해 온 것들과 함께 뛰는 선배들을 믿고,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하기만 하면 된다'라는 생각으로 경기를 치렀습니다. 그 후에는 '우리가 광저우 세계선수권에서 이 정도 뛰었으니까 구미 아시아선수권에서는 더 발전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겠다'라는 마음이 컸던 것 같아요."
소년 선수에서 국가대표로
나이지리아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나마디 조엘 진 선수는 멀리뛰기 선수였던 아버지로부터 재능을 물려받았기 때문인지 일찍부터 육상에 남다른 재능을 보였다. 초등학교 5학년, 선생님의 권유로 나간 시대회에서 입상한 조엘 진 선수는 본격적으로 육상선수를 꿈꾸기 시작했다.
하지만 얄궂게도 그의 육상 생활에 예기치 못한 걸림돌이 생겼다. 그건 바로 발뒤꿈치에 생긴 성장통. 성장기에 접어들면 뼈와 근육이 자라며 관절도 미세하게 열리게 되는데, 이 열린 틈 사이에 염증이 발생한 것이다. 병원을 여러 곳 찾아가 봐도 시원한 해결책을 제시해주지 못했다.
때로는 제대로 걷기도 힘들 만큼 심했던 통증은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중학교 시절 내내 조엘 진 선수를 따라다녔다. 하지만 뛰는 걸 포기할 순 없었다. 어쨌든 그는 달리는 게 너무 좋았으니까. 대회에 나가도 예선전만 겨우 출전하거나, 통증 때문에 아예 연습을 못하는 날도 있었지만 꾸준히 보강 훈련을 이어 나갔다. 다행히 다른 큰 질병이 아니라 지나가는 성장통이라는 것도 시련을 버틸 수 있는 이유 중 하나였다.
그렇게 인고의 나날이 지나고, 중학교 3학년 말부터 고등학교 입학 전까지 키가 단숨에 10cm가 자라며 그를 괴롭혔던 통증도 거의 사라졌다. 조엘 진 선수는 한결 가벼워진 몸과 마음으로 고등부 첫 대회인 제51회 춘계전국 중·고등학교육상경기대회에 출전했다. 그런데 결과는 놀랍게도 1위. 생각지도 못한 성적에 얼떨떨했지만 이를 계기로 잠재된 가능성과 자신감에 불이 붙었다.
"고등학교에 입학한 뒤에 기량이 부쩍 올라와서, 1학년 때는 계속 부담 없이 즐겁게 뛰었던 것 같아요. 그러다 고등학교 2학년 때 10초 36이란 기록으로 처음 부별 신기록을 세웠는데요, 그때 이후로 시합에 나갈 때마다 비슷한 기록을 내보려고 했지만 10초 3대라는 기록이 정말 쉽게 나오는 기록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어떻게 하면 더 기록을 단축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더 잘 뛸 수 있을까. 스스로 좀 이런 고민이 많아지면서 훈련을 다양하게 하려고 노력했어요."
그렇게 실력을 단단히 다져나간 조엘 진 선수는 2023년 제44회 전국시도대항육상경기대회 남자 고등부 100m 기록 10초 36에 이어 2024년 전국초중고학년발육상대회 남고부 100m에서 10초 30이라는 고등부 한국신기록을 세우며 단거리 기대주로 떠올랐다.
혜성처럼 등장한 신예에 육상계가 술렁인 것은 두말할 것도 없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그에게 수많은 대학과 실업팀에서 러브콜이 쏟아졌다. 조엘 진 선수는 여러 제안을 꼼꼼히 검토해보고 부모님과 논의한 끝에 훈련 환경이 훌륭하고 팀 분위기가 가장 자신과 잘 맞았던 예천군청을 택했다.
학생선수를 벗어나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전문선수로 활동하기 시작하면서 선수층 전체 기량이 고등부 때보다 월등히 강하다는 걸 많이 느낀다는 조엘 진 선수. 매일 같이 이어지는 훈련에 힘들 때도 있지만 그는 방심하지 말고 계속 집중해야 따라잡을 수 있다고 굳게 다짐하며 오늘도 훈련에 매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