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콘텐츠는 대한체육회에서 발행하는 월간지
에서 발췌 되었습니다.
2025 월드테이블테니스 시리즈 대회가 한창인 요즘, 임종훈 선수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어떤 날은 혼합복식 경기에, 어떤 날은 남자복식 경기에 출전하느라 한국에 있는 날보다 해외에 체류하는 기간이 훨씬 길다. 2024 파리올림픽 혼합복식 동메달리스트인 그는 파트너들과의 환상 호흡을 보여 주며 대한민국 탁구 복식의 역사를 새롭게 써 내려가고 있다.
모두가 탐내는 복식 파트너
2022년부터 신유빈 선수와, 2023년 하반기부터 안재현 선수와 복식 호흡을 맞춰 온 임종훈 선수에게는 어느덧 복식의 달인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지난 6월에는 2025 WTT 자그레브컨텐더 혼합복식에 신유빈 선수와 함께 출전해 우승을 차지했고,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은 7월 초에는 2025 WTT US스매시에 안재현 선수와 함께 올라 남자복식 우승을 차지했다. 특히 2026 로스앤젤레스올림픽에 탁구 남자복식 종목이 신설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탁구 복식전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만큼 세계 랭킹 1위인 프랑스 르브렁 형제와 맞붙었던 승리한 WTT US스매시 결승전은 더욱 화제가 되었다.
수년간 월드 시리즈 대회와 아시안게임을 종횡무진 누비며 승기를 올리는 동안, 안정적인 복식 플레이를 위한 임종훈 선수 나름대로의 노하우가 만들어졌을 듯 했다. 그는 홀로 하는 싸움이 아닌 만큼 자신과 상대 전력은 물론 함께하는 파트너의 전력과 컨디션까지 두루 살펴야 좋은 경기를 펼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남녀 선수가 공을 번갈아 치는 혼합복식의 경우 득점을 하기 위한 강한 공격을 시도하거나 파트너인 신유빈 선수에게 불리한 공이 되돌아오지 않도록 상황에 따라 전략적으로 경기를 펼치고, 반대로 남자복식 경기에서는 상대가 치고 들어올 수 없는 정교한 플레이로 경기를 장악해 나간다.
"아무래도 복식은 파트너와 함께 경기를 이끌어가야 하니까 서로가 지금 어떤 상태인지 파악하는 게 중요해요. 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잘 되던 기술이 갑자기 안 될 수도 있고 건강 상태가 나쁠 수도 있는데, 그런 부분을 미리 이야기해서 서로 보완해 줄 수 있는 게 복식의 장점이랄까요?"
그의 말처럼 복식 경기는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파트너에 대한 막중한 책임감도 뒤따르기 마련이다.
지난 2024년 파리올림픽을 대비하는 내내 임종훈 선수에게는 극심한 허리 통증이 따라다녔다. 과한 허리 회전으로 척추가 비틀어지면서 튀어나온 뼈가 근육과 신경을 눌렀다. 장시간 비행도 통증을 축적하는 요인이었다. 하지만 함께 뛰는 동료를 생각하면 훈련을 게을리할 수 없었다.
파리올림픽이 끝난 후 그는 한 인터뷰에서 "단식이면 개인의 영광이니까 몸을 사렸겠지만, 신유빈 선수와 함께하는 복식이라 그럴 수 없었다"라고 밝혔다. "허리가 부러져서 시합을 못 하는 지경에 이르지 않는 이상 허리를 최대한 꺾어서 치고, 커버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라고 전한 그의 소회에서 복식에 임하는 그의 남다른 의지와 의리를 느낄 수 있었다.
승패를 좌우하는 왼손잡이 셰이크핸더
복식전에서 유독 임종훈 선수가 빛나는 또 하나의 이유는 바로 그의 '왼손'에 있다. 현대 탁구에서는 경기를 풀어 가는 데 있어 백핸드 기술의 영향력이 크고, 특히 왼손잡이 플레이어는 백핸드 기술 없이는 살아남기 어렵다. 임종훈 선수 또한 흔치 않은 왼손잡이 선수인데, 백핸드 기술이 전반적으로 훌륭하다고 평가받는다. 그도 한때는 다른 선수들처럼 오른손으로 탁구를 익혔으면 어땠을까 생각해 본 적도 있지만 지금은 오히려 왼손잡이 플레이어로서의 강점을 십분 살려 복식 경기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아무래도 오른손잡이 두 명의 조합은 복식에서 한계가 있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스텝이 꼬이거든요. 반면에 왼손잡이와 오른손잡이 조합은 스텝 꼬일 일이 거의 없어요. 오른손잡이 팀과의 복식 경기는 저희가 훨씬 유리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항상 자신 있게 시합에 들어가는 편인 것 같아요."
자신의 강점을 살려 훌륭한 경기력을 선보이고 있지만 임종훈 선수에게도 더 보완하고 싶은 부분은 있다. 바로 포핸드 기술이다. 일반적으로 백핸드 기술에 능한 사람은 포핸드 기술에 약하다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 한때는 백핸드 기술이 조금 약해지더라도 포핸드 기술을 향상하고 싶었다. 그런 그의 생각은 유남규 감독의 조언을 듣고 완전히 바뀌었다. 임종훈 선수는 "포핸드에 전설적인 존재이신 유남규 감독님이 있는 한국거래소에 입단한 것이 약점을 극복하기 위한 저의 전략"이라며 웃었다.
"시간 날 때마다 감독님께 포핸드 요령을 여쭤보고 있어요. 원래 포핸드를 살리려면 백핸드를 버려야 해요. 두 개 다 잘할 수는 없거든요. 그런데 감독님께서 '장점을 버려 가면서까지 배우는 건 의미가 없다. 백핸드의 장점을 가져가면서 포핸드가 살아야 한다'라고 말씀하시며 그에 맞는 기술을 알려주시는 게 너무 감사하고 좋은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