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콘텐츠는 대한체육회에서 발행하는 월간지
에서 발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생소하지만, 세계 무대에서 이미 주목받는 종목이 있다. 바로 두 개의 오리발을 하나로 묶은 '모노핀'에 몸을 싣고 물살을 가르며 질주하는 핀수영이다. 신명준 선수는 현재 핀수영 종목에서 가장 주목받는 존재다. 2024 세계선수권대회와 2025 청두 월드게임에서 대회 신기록을 세우며 우승을 차지한 그는, 세계 신기록 보유자이자 차세대 에이스로 불린다. 16살에 핀수영으로 전향한 이후 단숨에 세계 정상까지 오른 신명준 선수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운명을 바꾼 선택
물살 위에서 거대한 모노핀을 힘차게 내딛는 순간, 핀수영은 기존의 수영 종목과는 전혀 다른 속도로 나아간다. 아직 국내에서는 생소한 핀수영은 국제 대회에서는 이미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중이다. 신명준 선수는 바로 그 세계 무대 한가운데에서 한국 핀수영의 존재감을 각인 시키고 있다.
신명준 선수와 수영의 첫 만남은 평범했다. 유치원 시절, 부모님의 권유로 동네 수영장을 다니며 물과 친해졌다. 이후 그는 한동안 수영을 하지 않았지만, 초등학교 2학년 무렵 체육 선생님의 권유로 본격적으로 수영을 하게 된다.
중학교 때에도 수영을 이어가던 그는 우연히 핀수영 영상을 접했다. 그는 화면 속에서 거대한 모노핀으로 물살을 가르는 장면이 눈길을 사로잡았고, 그때부터 핀수영에 대한 호기심이 강하게 생겼다고 그는 말했다. "당시 수영을 하는데 실력적인 부분에 있어서 벽에 마주한 기분이 들기도 했었어요. 그러던 중 우연히 접한 핀수영 영상이 너무 재밌었어요. 꼭 해보고 싶기도 하고, 무엇보다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더라고요. 그때 부모님을 설득하면서 처음으로 제 확고한 의지를 보여드렸던 것 같아요."
그렇게 그는 16살에 핀수영으로 종목을 전향하는 결단을 내리게 된다. 부모님께 "한 번만 믿어 달라,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약속하며 선택한 핀수영은 결코 쉽지 않았지만, 그 도전은 오히려 그의 잠재력을 깨우는 계기가 되었다.
핀수영은 다리 힘을 극대화하는 종목으로, 거대한 모노 핀을 발에 착용하고 물속에서 돌고래처럼 움직인다. 단순한 수영이 아니라 수중에서 인간의 최대 속도를 끌어내는 스포츠이자 '수중 단거리 육상'이라고 불릴 만큼 폭발적인 스피드를 자랑한다.
신명준 선수가 처음 핀수영 훈련을 시작했을 때 가장 크게 체감한 변화는 장비였다. 경영에서 맨발로 헤엄치던 방식과 달리, 핀수영은 모노핀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 힘을 요구했다. 핀수영의 핵심 장비인 모노핀은 일반 오리발 두 개와는 완전히 다르다. 두 오리발이 하나로 묶여 있으며, 체중과 근력을 실어 순간적인 폭발력을 만들어낸다. 이처럼 모노핀의 강한 추진력 덕분에 핀수영은 일반 수영보다 1.5시~1.7배 빠른 속도를 낼 수 있는데, 신명준 선수는 바로 이 압도적인 스피드를 가장 큰 매력으로 꼽기도 했다.
연이은 기록 행진
신명준 선수가 세계 무대에서 이름을 알린 것은 단연 2024년 세계핀수영선수권대회 우승이다. 그는 당시 출전 자체를 영광이라 생각했고, '무대에 선 것만으로도 후회 없이 최선을 다하자'라는 마음으로 경기에 임했다고 한다. 우리나라가 핀수영 100m 종목에서 강국인 만큼 선발전부터 치열했기에, 국가대표로 뽑힌 것만으로도 값진 성취였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결과는 놀라웠다. 그는 31초01의 기록으로 남자 잠영 100m 세계 신기록과 함께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 무호흡 잠영 50m 동메달과 표면 400m 계영 동메달을 추가하며 3개의 메달을 따냈다. 그는 "힘들었지만 참고 이겨낸 훈련 과정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갈 때 감정이 벅차올랐어요. 그 순간 대한민국 대표로 서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자부심을 느꼈고, 개인의 성과보다 태극기를 달고 있다는 점에서 더 큰 힘을 얻었어요"라며 시상대에 올랐던 당시를 회상했다. 스스로 욕심을 내려놓고 최선을 다하고자 했던 태도가 오히려 최고의 결과로 이어진 셈이었다.
이어 2025 청두 월드게임에서도 그는 또다시 대회 신기록을 세우며 우승을 차지했다. 두 해 연속 세계 최고 무대에서 신기록을 작성한 것이다. 그는 남자 무호흡 잠영 50m에서 월드게임 신기록으로 금메달을 차지했고, 단체 전에서도 메달을 더해 2관왕에 올랐다. 하지만 이런 화려한 기록 뒤에는 치밀한 자기 관리와 끊임없는 보완이 있었다. “저의 약점은 경기 후반 15미터였어요. 마지막 터치까지 속도가 줄어들곤 했는데, 그걸 보완하기 위해 집중적으로 훈련했어요. 후반부에 밀어붙일 수 있도록 다양한 운동을 시도했고, 결국 그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어요."
그가 강조하는 훈련 방식은 '한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방법 찾기'다. 매년 자신을 분석하고, 부족한 부분을 메워나가는 과정이 곧 성장의 원동력이었다. 그는 단거리와 장거 리가 요구하는 자질이 다르다고 설명한다. 단거리는 폭발적인 힘과 순간 스피드가 필요해 하체 근력과 순발력 강화를 중점적으로 한다. 반면 장거리는 지구력을 바탕으로 오랜 시간 속도를 유지해야 하므로 자전거와 달리기 같은 유산소 훈련을 꾸준히 병행한다. 이렇게 종목 특성에 맞춰 훈련을 세분화한 것이 기록 향상의 열쇠였다.
세계 대회라는 무대는 누구에게나 긴장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신명준 선수는 "세계선수권에서 외국 선수들이 축제처럼 경기를 즐기는 모습을 보고 저도 즐기자는 마음으로 임했어요"라며, 긴장을 '즐김'으로 바꾸는 자신만의 마인드컨트롤 방법을 소개했다. 실제로 그는 경기 전에 농담을 나누며 긴장을 풀다가도, 경기가 시작되면 누구보다 집중해 몰입했다. 이런 태도 덕분에 그는 세계 무대에서도 자신의 실력을 온전히 발휘할 수 있었다.
이어 그는 장미란 전 역도 선수의 영상을 보며 큰 깨달음을 얻었다고 전했다. “상대 선수도 저만큼 간절하고 열심히 준비했을 거예요. 그러니 상대도 최선을 다하면, 저 역시 준비한 만큼 최선을 다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하고 있어요. 만약 상대가 저보다 더 열심히 했다면 이길 자격이 있는 거죠."
세계선수권과 월드게임에서 연이어 신기록을 세운 경험은, 단순한 결과 그 이상의 의미였다. 그는 준비 과정에서 부족한 점을 철저히 분석했고, 매년 새로운 방식을 찾아 몸을 단련했다. 한계를 뛰어넘는 과정이 곧 자신을 증명하는 과정이었다. 이런 꾸준함이야말로 신기록이라는 성과를 만든 진짜 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