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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히어로

2025년 10월 스포츠히어로
다시 들어 올리는
한국 역도의 희망
역도 국가대표
박혜정 선수
선수사진
본 콘텐츠는 대한체육회에서 발행하는 월간지 에서 발췌 되었습니다.
우리에게 역도는 종종 '기록'으로만 남는다. 하지만 지난 2024 파리올림픽에서의 박혜정 선수는 숫자 이상의 의미를 보여줬다. 그는 무게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집중력으로 자신을 다스리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집요함으로 경기를 완성했다. 젊은 국가대표로서 한국 역도의 미래를 고민하는 책임감까지 더해진 그의 역도는 단순한 경기 그 이상이다. "무거움을 들어 올릴 때 찾아오는 뿌듯함과 쾌감이 역도의 매력"이라고 말하는 스물두 살의 박혜정 선수는, 은메달을 목에 건 그날 이후에도 더 무거운 '다음'을 향해 몸을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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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거움을 들어 올리는 법

올해 22살인 박혜정 선수는 2024 파리올림픽에서 여자 +81kg급 은메달을 따내며 한국 역도의 가능성을 전 세계에 다시 보여줬다. 장미란 선수 이후 잠시 숨을 고르던 한국 여자 역도는, 박혜정이라는 이름을 통해 다시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시작은 중학교 1학년 때였다. 어느 날, 우연히 유튜브에서 본 장미란 선수의 베이징올림픽 경기 영상이 그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커다란 바벨을 힘껏 들어 올리는 장면이 너무 인상 깊어서, 화면을 끈 뒤에도 그 장면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때부터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는 마음이 싹튼 어린 시절의 박혜정 선수는 곧장 부모님께 "역도를 해보고 싶어요"라고 말했고, 그렇게 모든 것이 시작됐다.
처음에는 단순히 무거운 바벨을 들어 올리는 일이 재미있다고 느낀 정도였지만, 점점 역도만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무거운 무게를 들어 신기록을 세웠을 때 오는 그 짜릿한 느낌, 그게 바로 역도의 매력이에요." 이후 꾸준히 실력을 쌓은 그는 '포스트 장미란'으로 불리며 주목받기 시작했고, 밝은 성격과 강단 있는 모습 덕분에 '역도 요정'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무거운 바벨을 들어 올릴 때마다, 처음 느꼈던 그 설렘이 여전히 그의 마음속에 남아있다.
"집중력은 제 무기예요. 시합에서는 오로지 저 자신에게만 신경을 씁니다." 박혜정 선수의 말은 담담하지만, 그 속에는 단단한 확신이 담겨 있다. 수많은 시선과 소음이 뒤섞인 무대 위에서도 그는 끝까지 자기 안의 균형을 잃지 않는다. 남들과의 비교나 외부의 분위기에 흔들리지 않고, 오직 자신에게 집중하는 힘. 그것이 그를 강하게 만드는 원동력이다.
대회를 앞두고 그는 잠들기 전마다 머릿속으로 시합장을 그려본다. 관중의 환호, 눈부신 조명, 손바닥에 송진가루가 묻는 감촉까지 모든 장면을 하나씩 떠올리며 상상 속에서 수없이 '리허설'을 한다. 어떤 무게를 들고, 어떤 자세로 들어 올릴지 미리 마음속에서 반복해 보는 것이다. 그리고 시합 당일에는 오히려 생각을 비워낸다. 잡념 대신 단 한 문장, "할 수 있다"라는 말을 조용히 되뇌며 몸과 마음의 리듬을 하나로 맞춘다. 그에게 이 과정은 단순한 루틴이 아니라 스스로를 믿는 연습이기도 하다.
전략은 코칭 스태프에 맡긴다. 중량 선택이나 시도 순서 등 현장 판단은 지도진의 몫이다. "보통은 선수에게 먼저 물어보시는데, 저는 '안 물어보셔도 된다'라고 해요." 지도자에 대한 신뢰가 깊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렇게 모든 결정을 내려놓으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판단의 부담을 비우고 나면 오롯이 동작과 호흡에만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혜정 선수의 훈련은 단순히 무거운 무게만을 드는 것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지 않다. 그는 허리 통증을 관리하기 위해 복근과 척추기립근 강화 운동을 꾸준히 해왔다. 통증을 관리하는 시간이 곧 건강한 기록의 바탕이 되기 때문이다. 무제한급(+81kg 이상)이기 때문에 그는 체중 조절보다 '회복'과 '근지구력' 관리에 더 집중한다. 시합 일주일 전에는 야간훈련을 줄이고, 몸의 피로를 덜어내며 기술 동작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주력한다. "시합이 가까워질수록 몸을 단련하기보다 마음을 정리하는 시간이 더 커져요."
실패와 성공이 반복되는 시간 속에서 스스로에 대한 믿음은 늘 그를 다시 앞으로 나아가게 만든다. 반복되는 하루 속에서 박혜정 선수는 매번 자신과의 싸움을 이어 간다. 그리고 그 끝에서, 또 한번 새로운 기록을 들어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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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은빛 그리고 아쉬움

2024년 8월 11일, 파리 엑스포 포르트 드 베르사유. 여자 +81kg 경기에서 박혜정 선수는 인상 130kg, 용상 169kg으로 합계 299kg을 들어 올리며 은메달을 차지했다. 한국 역도에 소중한 '은빛'이었다.
하지만 이날 박혜정 선수는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었다. "플랫폼에서 내려와서야 메달 사실을 들었어요. 크게 기대하진 않았기 때문에 기쁘기도 했지만, 마지막 시도에서 아쉬움이 컸거든요."
그가 말한 '아쉬움'은 바로 용상 3차 시기에서 비롯된다. 당시 경쟁 선수들이 잇따라 무게를 올리자, 코치진은 박혜정 선수의 시도 중량을 어떻게 조정할지 고민에 빠졌다. 그러나 그 몇 초의 망설임은 치명적이었고, 결국 무게 변경 시간을 놓쳐버렸다. 그렇게 박혜정 선수는 준비할 틈도 없이 무대에 올라야 했다. 손에 송진가루를 묻힐 시간도 없었다. 플랫폼에 올랐을 때 남은 시간은 고작 몇 초뿐이었다. 숨을 고를 여유도 없이 역기를 들어 올렸지만 끝내 머리 위까지는 올리지 못하며 경기를 마무리했다.
그럼에도 2024 파리올림픽에서 박혜정 선수가 보여준 기록은 한국 역도의 현재를 분명히 보여줬다. +81kg 신설 체급 첫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따낸 성과는 '우리도 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을 남겼다. 무엇보다 그 무대는 한 개인의 도전이 아니라 한국 여자 역도의 새로운 출발점이 되었다. 장미란 선수 이후 이어진 긴 침묵의 시간을 지나, 박혜정 선수가 다시 세계의 중심에서 바벨을 들어 올렸다. 그의 은빛 메달은 단순한 성적 이상의 의미였다. 한국 역도가 여전히 세계 무대에서 경쟁할 수 있다는 증거이자, 다음 세대를 위한 희망의 신호였다. 박혜정 선수의 어깨 위에서 다시 한국 역도의 내일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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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게임에서 LA 올림픽까지

박혜정 선수의 다음 목표는 뚜렷하다. 바로 내년 일본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이다. 한 단계 더 성장한 자신을 보여주기 위한 무대, 그것이 그가 지금 가장 집중하고 있는 목표다. "파리에서의 아쉬움을 다음 대회에서는 꼭 웃는 얼굴로 바꾸고 싶어요." 하지만 그의 목표는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 더 멀리, 2028년에 열리는 LA 올림픽을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제역도연맹(IWF)은 이 올림픽을 앞두고 남녀 각각 6개 체급으로 구성된 새로운 체급 체제를 확정할 예정이다. 하지만 체급이나 규칙이 바뀌더라도, 그가 추구하는 본질은 같다. 무대 위의 모든 순간을 결정짓는 건 체급의 이름이 아니라 손끝의 감각이라는 것을, 그는 이미 알고 있다.
하지만 어떤 목표를 세우더라도, 가장 먼저 지켜야 할 것은 몸이다. "아프면 무조건 쉬어야 해요." 훈련장은 종종 '참는 것'을 미덕으로 여긴다. 그러나 그는 안다. 성장의 조건은 '지속'이라는 것을. 무릎과 허리를 지키는 작은 보강 운동, 규칙적인 휴식의 리듬을 지켜낼 때만 다음 시즌을 기약할 수 있다.
그가 역도를 계속 이어가는 데에는 팬들의 응원도 큰 힘이 된다. SNS에 남겨진 축하의 댓글, 응원의 메시지 한 줄이 훈련의 마지막 세트를 버티게 만든다. 그 응원에 보답하는 방법은 단 하나다. 다음 대회에서 더 단단한 자세로, 더 완벽한 동작으로 서는 것. '기록'으로, 그리고 '태도'로 말하는 선수. 그것이 그가 생각하는 진짜 국가대표의 모습이다.
젊은 나이임에도, 이미 수많은 국제 대회와 훈련을 통해 괄목할 성장해 온 그는 2024 파리올림픽을 경험하며 결과보다 과정의 중요함을 깨달았다고 설명했다. "성적도 중요하지만, 어떤 마음으로 훈련하고 시합에 나서는지가 더 큰 영향을 주는 것 같아요." 박혜정 선수는 2024 파리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들었지만, 매일 반복되는 훈련에서 들어 올리는 건 '오늘의 자신'이다. 무대 위의 기록이 한순간의 결과라면, 그 무대를 만들어온 시간은 고요한 반복으로 채워진다. 땀 냄새와 철 냄새가 섞인 훈련장 한켠에서, 그는 매일 자신과 싸운다. 들 수 있는 무게보다, 들고 싶은 마음의 무게를 들어 올리며 하루를 완성한다.
결국 그가 견뎌내는 것은 '무게'가 아니라 '자신'이다. 더 무거워진 바벨은 그가 감당할 수 있는 내일의 크기이고, 더 단단해진 마음은 다시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이다. 그리고 더 넓어진 시야는 그가 바라보는 세상을 바꾼다. 언젠가 또 다른 플랫폼 위에 설 그날, 우리는 다시 그 장면을 보게 될 것이다. 한 사람이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온 힘으로 '오늘의 자신'을 들어 올리는 순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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