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콘텐츠는 대한체육회에서 발행하는 월간지
에서 발췌 되었습니다.
스포츠클라이밍은 항상 새로움을 마주하는 스포츠다. 홀드의 모양이 바뀌고 루트가 달라지며 매 대회마다 전혀 다른 벽 앞에 선다. 그 변화 속에서 흔들리지 않고 자신만의 리듬을 찾아가는 선수만이 끝까지 올라설 수 있다. 국내외 주요 대회에서 꾸준히 존재감을 드러내며 세계 정상권에 올라선 국가대표 이도현 선수는 새로운 벽을 마주할 때마다 조급함을 덜어내고, 그 순간의 흔들림을 통제하는 법을 배워왔다. "압도적인 실력의 선수가 되고 싶다"는 목표를 향해, 그는 오늘도 벽 앞에 서서 자신의 다음 한 발을 정교하게 내딛는다.
흔들림을 다스리는 마음
지난 10월에 열린 제106회 전국체육대회는 국내 정상급 선수들이 한데 모여 한 해의 기량을 확인하는 무대였다. 높아지는 긴장감과 흥분이 함께하고, 작은 실수 하나로 순위가 바뀌는 흐름 속에서 선수들의 집중력과 순간적인 판단은 순위로 드러났다.
이도현 선수는 리드와 볼더링 두 종목에서 모두 안정적인 움직임을 보이며 점수를 쌓아갔다. 리드에서는 까다로운 상단 구간을 크게 흔들림 없이 처리했고, 이어진 볼더 링에서도 필요한 동작을 빠르게 파악하며 흐름을 끌어갔다. 결국 이도현 선수는 두 종목 모두에서 우승을 확정하며 2관왕에 올랐고, 관중석과 동료 선수들 사이에서도 그의 실력에 인정하는 반응이 이어졌다.
하지만 이도현 선수의 반응은 담담했다. "물론 기뻤지만, 앞으로 더 큰 대회가 많아서 하나의 경험이라고 생각했어요."라는 그의 소감처럼, 큰 성과에도 차분함을 잃지 않는 태도는 지금의 경기력을 지탱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결과에 집착하기보단, 과정에 집중하려는 마음가짐이 불필요한 긴장을 줄여주고, 시합 흐름을 스스로 관리하는 힘이 되어왔다.
국내 무대에서 긴장을 거의 하지 않는 이유도 비슷하다. 그는 "여러 대회를 치르며 다양한 경험을 많이 한 덕분에 저 자신을 컨트롤하는 방법을 알게 된 것 같아요"라고 설명했다. 경기에서 잘 풀렸던 순간도, 시행착오가 많았던 순간도 모두 쌓여 지금의 안정감을 만든 것이다. 그 경험 덕분에 그는 긴장을 억지로 없애기보다는, 경기 흐름 속에서 자연스럽게 조절하는 데 익숙해진 것이다.
이를 가장 실감한 순간은 올해 있었던 IFSC 세계선수권대회였다. 그는 결승 두 번째 문제에서 초반에 방향 잡기가 쉽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이전 같았으면 마음이 앞서 동작이 흐트러질 수 있는 상황이었고, 이런 이유로 중요한 메달을 놓친 경험도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번에는 흐름이 어긋나는 조짐을 비교적 빨리 알아챘다. 서둘러 힘을 쏟기보다 동작을 하나씩 다시 정리하며 필요한 만큼만 힘을 배분한 선택이 결국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됐다.
그는 이 순간을 통해 자신이 점점 성장하고 있음을 느꼈다고 말했다. 단순히 기술적 완성도보다, 경기 중 자신을 어떻게 다룰지 아는 능력이 최근 들어 확실히 달라졌다는 것이다. 큰 경기에서 흐름을 잃지 않는 경험이 쌓이면서, 긴장보다 '스스로를 조절한다'는 감각이 조금씩 자리 잡고 있었다.
이도현 선수는 경기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집중'을 꼽는다 "무엇보다 제가 할 수 있는 움직임에 집중하려고 해요. 루트를 차분하게 생각하다 보면 긴장할 틈도 없더라고요." 그의 담백한 말처럼, 감정이나 부담을 복잡하게 만들기보다는 자신의 움직임에 집중하려는 태도가 지금의 이도현 선수를 만들었다.
그런 그에게도 국제대회는 여전히 쉽지 않은 무대다. "누가 우승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모두 잘해서 방심할 수 없어요"라는 이도현 선수의 말처럼, 세계적인 레벨의 선수들은 실력의 차이가 미세하다. 그 치열함 속에서 필요한 것은 단순히 힘이나 기술이 아니라, 흔들릴 때 더 천천히 자신을 정리하는 능력이다. 그는 그 방법을 하나씩 배워가며 자기 경쟁력을 키워갔다.
선택의 순간
이도현 선수와 클라이밍의 첫 만남은 5살 무렵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부모님이 클라이밍장을 운영한 덕분에 자연스럽게 클라이밍과 친숙해졌고, 다섯 살 무렵부터 벽을 오르는 일은 그의 일상이 됐다. 또래 아이들이 놀이터를 오가듯 그는 클라이밍장에 드나들었고, 어느새 몸에 밴 움직임들이 자연스럽게 쌓여 갔다.
초등학교 시절까지는 놀이에 가까운 경험이었다. 한동안은 축구에 흥미가 생기며 두 종목 사이에서 고민하기도 했지만, 중학교 1학년 때 미국에서 접한 해외에서의 클라이밍 경험이 그의 운명을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 익숙한 공간을 벗어나 새로운 벽을 경험하며, 클라이밍을 다시 진지하게 해야겠다는 마음이 확실해졌던 시기였다.
이 과정에서 이도현 선수의 아버지도 자연스럽게 영향을 미쳤다. 지난 도쿄올림픽에서 스포츠클라이밍 대표팀을 이끈 아버지인 이창현 감독은 어린 시절부터 그가 운동을 꾸준히 이어갈 수 있도록 가장 가까운 위치에서 흐름을 지켜봐 줬고, 기술이나 멘탈에 대한 조언도 필요할 때마다 건넸다. 특별히 강조하거나 강요하기보다는, 중요한 선택의 순간마다 방향을 잡아주는 역할을 맡아왔다.
클라이밍의 매력에 대해 그는 '새로움'을 가장 먼저 떠올렸다. 대회마다 문제가 달라지고, 홀드의 형태와 흐름도 매번 새롭게 설정되기 때문에 동일한 루트를 반복할 일이 없다. 정해진 기록을 두고 경쟁하는 다른 종목과 달리, 매 번 새로운 상황을 만나야 한다는 점이 오히려 동기부여가 되었고, 이 변화에 대응하는 과정 자체가 재미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루트를 읽는 방식에도 이러한 특징이 반영된다. 그는 루트를 처음 보면 가장 효율적인 동작을 우선적으로 찾고, 그 방법이 막힐 때를 대비해 플랜B, C까지 준비하는 편이다. 시작 홀드에서 마지막까지 이어지는 흐름을 단순하게 정리하는 것을 시작으로, 첫 시도에서 완벽하게 해내기 위해서는 집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