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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히어로

2026년 1월 스포츠히어로
한 번의 샷에
담긴 믿음
컬링 국가대표
김은지 선수
선수사진
본 콘텐츠는 대한체육회에서 발행하는 월간지 에서 발췌 되었습니다.
여자 컬링 국가대표 김은지 선수는 대표팀 스킵(주장)으로 경기 운영의 중심을 맡고 있다. 12년 만에 다시 올림픽 무대에 서게 된 그는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표로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팀원 간 소통을 강점으로 마지막 담금질에 들어간 김은지 선수의 각오는 어느 때보다 선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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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바꾼 컬링

김은지 선수는 처음부터 컬링을 목표로 한 선수는 아니었다. 그는 중학교 시절까지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로 훈련했다. 빙판 위를 달리는 감각이 익숙했고, 그 위에서 기록을 겨루는 것에 매력을 느꼈다. 그러나 중학교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 새로 바꾼 스케이트 날에 적응하지 못하면서 경기력이 흔들렸고, 슬럼프가 길어졌다. 그는 당시를 두고 '이제 운동을 그만둬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힘들었다고 말했다.
진로를 바꾸게 된 계기는 지도자의 제안이었다. 당시 그는 사이클과 컬링, 두 가지 제안을 받았는데 처음엔 사이클을 선택하려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이클 경기장의 경사진 트랙이 부담스럽게 느껴졌고, 결국 익숙한 '얼음 위'라는 이유로 컬링을 택했다. 종목은 바뀌었지만,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환경을 선택한 셈이다.
컬링장에 들어간 첫날, 그는 새로운 감각을 마주했다고 전했다. "빙상 출신이라 자신만만하게 들어갔는데 첫날부터 '꽈당'하고 세게 넘어졌어요. 스피드스케이팅에서의 미끄러짐과 컬링에서의 미끄러짐은 감각이 달랐죠. 보통은 그러면 싫을 수도 있는데, 저는 오히려 그 색다른 미끄러움에 묘한 재미를 느꼈어요. 넘어지면서 느꼈던 그 '새로운 감각' 덕분에 컬링이라는 낯선 종목에 빠져들게 된 것 같아요."
김은지 선수에게 컬링은 대체 종목이 아니었다. 스피드스케이팅이 기록을 향해 직선으로 밀어붙이는 경기라면, 컬링은 매 순간 판단과 호흡으로 흐름을 설계하는 종목이다. 그는 "완전히 새로운 매력으로 저를 다시 링크장 위에 세웠다"라고 말했다. 방향을 바꾼 선택은 결과적으로 선수 인생의 흐름을 다시 세우는 계기가 됐다.
그는 자신을 "경기장에서는 냉철한 주장"이라고 표현한다. 스킵은 경기 운영을 책임지는 자리다. 마지막 샷을 던지는 포지션인 만큼, 한 번의 선택이 곧 결과로 이어진다. 다만 그는 팀 안에서의 역할은 조금 다르다고 말했다. "팀 안에서는 엄마로 통한다"라는 설명처럼, 팀원들의 컨디션과 분위기를 먼저 살피고 챙기는 쪽에 가깝다. 그는 동생들이 자신을 어려워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곧 경기력으로 이어진다고 믿는다. "동생들이 저를 엄마처럼 편안하게 느껴야 아이스 위에서도 긴장하지 않고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있다"라는 그의 말에서 팀원들에 대한 배려와 책임감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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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랭킹 3위의 비결은 소통

김은지 선수가 속한 국가대표팀은 '5G'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김은지 선수를 포함해 김민지, 김수지, 설예지까지 팀원들의 이름이 모두 '지'로 끝난다. 여기에 유일하게 이름의 마지막 글자가 다른 설예은 선수는 음식을 워낙 잘 먹어 '돼지'라는 귀여운 별명이 붙었고, 이 별명까지 더해지면서 '5G'가 완성됐다. 김은지 선수는 "주위 어른들이 지어주신 별명"이라고 말하며, 처음에는 새 이름을 고민한 적도 있지만 이제는 정감이 가는 팀의 상징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 별명이 단순한 말장난에서 끝나지 않는다고도 했다. 통신망 5G처럼 빠르고 끊김 없이 연결된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고, 실제로 팀의 경기 방식과도 맞닿아 있다는 것이다. 김은지 선수는 국가대표팀을 "경기장에서는 빠르고 정확하게, 밖에서는 시끌벅적하게 웃고 떠드는 팀"이라고 표현했다. 경기 중에는 판단과 전달이 빠르게 이뤄지고, 경기 밖에서는 관계가 편안하게 유지되는 분위기라고 전하기도 했다.
여자 컬링 대표팀은 최근 세계랭킹 3위에 오르며 경쟁력을 보여줬다. 김은지 선수는 팀의 강점으로 '소통'을 강조했다. 컬링은 한 번의 샷에도 팀의 호흡과 판단이 함께 맞물리는 종목이다. 스킵이 샷을 던지는 순간, 스위핑을 하는 선수들이 아이스 상태를 어떻게 읽고 전달하는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그는 "제가 샷을 던져도, 스위핑을 하는 동생들이 아이스 상태를 정확하게 말해주지 않으면 샷은 실패한다"라고 말하며 팀원 간의 대화와 연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은지 선수는 스킵인 만큼 팀 분위기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경기 중 소통이 막히지 않도록, 평소부터 편하게 의견을 주고받는 환경을 만드는 데 신경 쓴다. "동생들이 저에게 편하게 말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어요. 보통 스포츠 팀에는 위계질서가 있기 마련인데 저희는 그렇지 않아요. 제가 먼저 자세를 낮추고 귀를 여니까 동생들도 자기 판단을 믿고 과감하게 의견을 내더라고요. 서로 눈치 보지 않고 100% 신뢰하며 주고받는 이 '티키타카'가 세계 3위라는 결과를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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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는 '금메달'

김은지 선수는 12년 전 올림픽 무대를 처음 경험했다. 당시 그는 '한국 컬링 최초'라는 타이틀 속에서 올림픽에 서는 것 자체를 큰 의미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그는 그 시기를 돌아보며 자신이 너무 어렸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엔 자신의 생각을 앞세우기 바빴다는 고백에는, 경험이 쌓이며 달라진 그의 노련함이 담겨 있었다.
이번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을 앞둔 김은지 선수의 목표는 분명하다. 그의 목표는 참가가 아닌 금메달이다. 12년 전에는 경험을 얻는 무대였다면, 이번에는 결과를 증명하는 무대라는 의미다.
대표팀이 다시 확신을 얻는 계기도 있었다. 바로 작년에 거머쥔 하얼빈 동계아시아경기대회 금메달이다. 김은지 선수는 대회 전까지 팀 분위기가 마냥 좋지만은 않았다고 말했다. 월드투어 성적이 기대만큼 나오지 않으면서 세계 랭킹도 떨어졌고, '우리가 지금 잘하고 있는 게 맞나?"라는 의구심도 생겼다. 스트레스가 커진 상황에서 따낸 금메달은 단순한 성과 이상의 의미였다. 그는 그 순간을 "아, 우리 아직 안 죽었구나", "우리가 틀리지 않았구나"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은지 선수는 올림픽을 앞두고 마지막 조정 포인트를 두 가지로 정리했다. '샷의 정교함'과 끊임없는 소통'이다. 그는 세계 여자 컬링이 상향 평준화된 상황에서 "실력은 종이 한 장 차이"라고 말했다. 또한 결정적인 순간에 원하는 곳에 정확히 스톤을 멈춰 세우는 샷 성공률이 승패를 가르기 때문에, 실수를 '0'에 가깝게 만들기 위해 투구 폼과 감각을 예민하게 다듬고 있다고도 말했다.
다만 그는 이 정확도가 개인의 감각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스톤을 던지는 순간, 스위핑을 하는 팀원들과의 소통이 완벽하게 맞물려야 한다. "더 닦아", "기 다려", "라인 좋다" 같은 짧은 외침 속에 서로의 의도가 100% 전달돼야 하고, 긴장되는 경기에서는 눈빛과 목소리 톤만으로도 판단을 믿고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그는 경기의 디테일과 팀원들과의 소통 방법을 계속해서 조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치열한 준비 과정을 지나온 김은지 선수는 자신의 시간을 돌아보며, 운동하는 후배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누구보다 일찍 하루를 시작하고, 치열하게 움직이며 버텨온 노력의 시간이 지금의 자신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기회는 기다리는 사람에게 우연히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찾아 나서는 사람의 몫이라고 생각해요. 지금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더라도 자신을 의심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자신을 믿고 부지런히 나아가면 기회는 반드시 옵니다." 그는 자신의 시간이 누군가에게 작은 희망이 되기를 바라며, 후배들의 오늘을 응원한다고 말했다.
김은지 선수는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보다 믿을 수 있는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고 했다. 언제나 든든한 버팀목이자, 힘들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따뜻한 리더로 남고 싶다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개막을 한 달 앞둔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에 대한 각오도 분명했다. "목표는 시상식 가장 높은 곳, 금메달입니다. 12년 전 소치에서 경험을 얻어왔다면 이번 밀라노,코르티나에서는 그 경험을 결과로 증명해 보이고 싶어요. 단 한 번의 샷도 허투루 던지지 않을 거예요. 무엇보다 우리 팀과 함께 후회 없이 모든 것을 쏟아붓고 오겠습니다. 늦은 새벽까지 응원해 주실 국민 여러분께 대한민국 여자 컬링은 이렇게 강하고 그 중심에 5G팀이 있다는 짜릿함을 선물해 드리겠습니다. 마지막 스톤이 멈추는 그 순간까지 저희를 믿고 지켜봐 주세요."
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