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콘텐츠는 대한체육회에서 발행하는 월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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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컬링 국가대표 김은지 선수는 대표팀 스킵(주장)으로 경기 운영의 중심을 맡고 있다. 12년 만에 다시 올림픽 무대에 서게 된 그는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표로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팀원 간 소통을 강점으로 마지막 담금질에 들어간 김은지 선수의 각오는 어느 때보다 선명했다.
인생을 바꾼 컬링
김은지 선수는 처음부터 컬링을 목표로 한 선수는 아니었다. 그는 중학교 시절까지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로 훈련했다. 빙판 위를 달리는 감각이 익숙했고, 그 위에서 기록을 겨루는 것에 매력을 느꼈다. 그러나 중학교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 새로 바꾼 스케이트 날에 적응하지 못하면서 경기력이 흔들렸고, 슬럼프가 길어졌다. 그는 당시를 두고 '이제 운동을 그만둬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힘들었다고 말했다.
진로를 바꾸게 된 계기는 지도자의 제안이었다. 당시 그는 사이클과 컬링, 두 가지 제안을 받았는데 처음엔 사이클을 선택하려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이클 경기장의 경사진 트랙이 부담스럽게 느껴졌고, 결국 익숙한 '얼음 위'라는 이유로 컬링을 택했다. 종목은 바뀌었지만,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환경을 선택한 셈이다.
컬링장에 들어간 첫날, 그는 새로운 감각을 마주했다고 전했다. "빙상 출신이라 자신만만하게 들어갔는데 첫날부터 '꽈당'하고 세게 넘어졌어요. 스피드스케이팅에서의 미끄러짐과 컬링에서의 미끄러짐은 감각이 달랐죠. 보통은 그러면 싫을 수도 있는데, 저는 오히려 그 색다른 미끄러움에 묘한 재미를 느꼈어요. 넘어지면서 느꼈던 그 '새로운 감각' 덕분에 컬링이라는 낯선 종목에 빠져들게 된 것 같아요."
김은지 선수에게 컬링은 대체 종목이 아니었다. 스피드스케이팅이 기록을 향해 직선으로 밀어붙이는 경기라면, 컬링은 매 순간 판단과 호흡으로 흐름을 설계하는 종목이다. 그는 "완전히 새로운 매력으로 저를 다시 링크장 위에 세웠다"라고 말했다. 방향을 바꾼 선택은 결과적으로 선수 인생의 흐름을 다시 세우는 계기가 됐다.
그는 자신을 "경기장에서는 냉철한 주장"이라고 표현한다. 스킵은 경기 운영을 책임지는 자리다. 마지막 샷을 던지는 포지션인 만큼, 한 번의 선택이 곧 결과로 이어진다. 다만 그는 팀 안에서의 역할은 조금 다르다고 말했다. "팀 안에서는 엄마로 통한다"라는 설명처럼, 팀원들의 컨디션과 분위기를 먼저 살피고 챙기는 쪽에 가깝다. 그는 동생들이 자신을 어려워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곧 경기력으로 이어진다고 믿는다. "동생들이 저를 엄마처럼 편안하게 느껴야 아이스 위에서도 긴장하지 않고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있다"라는 그의 말에서 팀원들에 대한 배려와 책임감을 느낄 수 있었다.
세계랭킹 3위의 비결은 소통
김은지 선수가 속한 국가대표팀은 '5G'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김은지 선수를 포함해 김민지, 김수지, 설예지까지 팀원들의 이름이 모두 '지'로 끝난다. 여기에 유일하게 이름의 마지막 글자가 다른 설예은 선수는 음식을 워낙 잘 먹어 '돼지'라는 귀여운 별명이 붙었고, 이 별명까지 더해지면서 '5G'가 완성됐다. 김은지 선수는 "주위 어른들이 지어주신 별명"이라고 말하며, 처음에는 새 이름을 고민한 적도 있지만 이제는 정감이 가는 팀의 상징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 별명이 단순한 말장난에서 끝나지 않는다고도 했다. 통신망 5G처럼 빠르고 끊김 없이 연결된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고, 실제로 팀의 경기 방식과도 맞닿아 있다는 것이다. 김은지 선수는 국가대표팀을 "경기장에서는 빠르고 정확하게, 밖에서는 시끌벅적하게 웃고 떠드는 팀"이라고 표현했다. 경기 중에는 판단과 전달이 빠르게 이뤄지고, 경기 밖에서는 관계가 편안하게 유지되는 분위기라고 전하기도 했다.
여자 컬링 대표팀은 최근 세계랭킹 3위에 오르며 경쟁력을 보여줬다. 김은지 선수는 팀의 강점으로 '소통'을 강조했다. 컬링은 한 번의 샷에도 팀의 호흡과 판단이 함께 맞물리는 종목이다. 스킵이 샷을 던지는 순간, 스위핑을 하는 선수들이 아이스 상태를 어떻게 읽고 전달하는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그는 "제가 샷을 던져도, 스위핑을 하는 동생들이 아이스 상태를 정확하게 말해주지 않으면 샷은 실패한다"라고 말하며 팀원 간의 대화와 연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은지 선수는 스킵인 만큼 팀 분위기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경기 중 소통이 막히지 않도록, 평소부터 편하게 의견을 주고받는 환경을 만드는 데 신경 쓴다. "동생들이 저에게 편하게 말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어요. 보통 스포츠 팀에는 위계질서가 있기 마련인데 저희는 그렇지 않아요. 제가 먼저 자세를 낮추고 귀를 여니까 동생들도 자기 판단을 믿고 과감하게 의견을 내더라고요. 서로 눈치 보지 않고 100% 신뢰하며 주고받는 이 '티키타카'가 세계 3위라는 결과를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