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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히어로

2026년 2월 스포츠히어로
정상에 새긴 이름
배드민턴 국가대표
김원호 선수
선수사진
본 콘텐츠는 대한체육회에서 발행하는 월간지 에서 발췌 되었습니다.
지난해 배드민턴 남자복식 세계랭킹 1위에 이름을 올린 김원호(삼성생명, 27)선수가 제72회 대한체육회 체육상 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2025 파리 세계배드민턴선수권대회 우승, 월드투어 단일 시즌 11관왕, 기록만 놓고 보아도 대상의 자리가 어색하지 않은 성취다.
그러나 무엇보다 빛난 것은 코트 위에서 성장해 온 시간이었다. 포기하지 않고 매 순간 최선을 다하는 태도가 겹겹이 쌓여, 그는 마침내 자신의 이름으로 우뚝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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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의 무게, 책임으로 답하다

대한체육회 체육상은 한 해 동안 대한민국 체육 발전에 현저한 공을 세운 체육인에게 주어지는 상이다. 스포츠공정위원회의 심의와 이사회 의결을 거쳐 경기,지도,심판,생활체육,학교체육,공로,연구,스포츠가치 등 8개 부문 수상자가 선정되고, 그 가운데 단 한 명에게만 대상이 돌아간다. '최고의 영예'라는 표현이 과장이 아닌 이유다. 그 영예의 주인공은 수상 소식을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김원호 선수는 기쁨보다 먼저 '무게'를 떠올렸다.
"처음에는 조금 얼떨떨했습니다. 이 상이 어떤 의미인지 바로 실감이 나지는 않았어요. 시간이 지나면서 비로소 이 상의 무게가 느껴졌고, 동시에 더 잘해야겠다'는 다짐 이 먼저 떠올랐습니다."
2024 파리 올림픽 혼합복식 은메달, 2025 파리 세계선수권대회 우승, 단일 시즌 11관왕 그리고 배드민턴 복식 세계랭킹 1위 등. 나열만으로도 벅찬 수식어 앞에서 그는 자신을 낮추고, 겸손한 표정으로 "대한민국 배드민턴의 위상을 더 알려야겠다는 책임감이 생겼다"라고 말했다.
그 책임감의 뿌리는 어머니 길영아 감독에게 닿아있다. 김원호 선수의 어머니이자 현재 삼성생명 배드민턴단을 이끄는 그는 1992 바르셀로나 올림픽 여자복식 동메달, 1996 애틀랜타 올림픽 혼합복식 금메달과 여자복식 은메달을 획득한 복식의 전설이다. 김원호 선수가 어린 시절부터 라켓을 잡으며 배드민턴을 놀이처럼 여긴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배드민턴 선수의 길에 접어들었을 때 그가 감당해야 할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길영아의 아들'이라는 수식어가 부담스러웠던 어린 김원호 선수가 길영아 감독에게 "엄마가 평범했으면 좋겠다고 말한 적도 있다"라고 얘기했던 일화는 이미 유명하다. 당시 길영아 감독은 "배드민턴계에서 엄마는 평범한 사람일 수가 없다"라며 "네가 스스로 '길영아의 아들'로 살지 말고, 엄마를 '김원호의 엄마'로 살게 해달라"라고 말했다고 한다. 어린 김원호 선수가 운동선수로서의 목표를 다잡고, 동시에 메달의 무게와 책임감을 처음 실감한 순간이었다.
"운동선수 선배로서 어머니가 알려주신 것은 기술적인 부분보다는 책임감과 위기를 견디는 힘이었어요. 국가대표가 되고 선수촌에 들어갔을 때 훈련이 너무 힘들어서 '이걸 계속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시기가 있었거든요. 어머니께 말씀드렸더니 도망치면 다른 일도 못한다고 하시며 '그 순간을 이겨내야 한다'라고 하셨죠. 사실 저는 위로를 받고 싶었는데(웃음), 돌이켜 생각해 보면 그런 단호한 말씀이 더 큰 힘이 됐던 것 같아요. 결과적으로는 그 말 덕 분에 버틸 수 있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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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메달을 통해 배운 것

김원호 선수의 2025년을 떠올리면 '세계 1위'와 '11승'이라는 숫자가 먼저 따라온다. 그러나 기록은 결과일 뿐이다. 그 이면에는 위기를 버티고 흐름을 뒤집어 온 시간이 있었다. 예리한 네트플레이가 빛난 날도 있었지만, 그의 진짜 강점은 흔들림 속에서도 무너지지 않는 끈기였다.
그 힘은 2024 파리 올림픽에서 선명하게 드러났다. 정나은 선수와 호흡을 맞춘 혼합복식에서 김원호 선수는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는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이용대-이효정 선수가 금메달을 획득한 이후 16년 만의 혼합복식 메달이었다. 대한민국 배드민턴 전설의 아들이 아닌, 김원호라는 이름 석자를 대한민국 배드민턴 역사에 새긴 순간이기도 했다.
은메달을 획득하는 과정이 마냥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조별리그 첫 경기 인도네시아전에서 2-1로 석패했고, 이어진 프랑스와의 경기에서는 낙승을 거두었으나 이후 당시 세계랭킹 1위 중국의 벽을 넘지 못해 2-0으로 패배했다. 혼합복식 특성상 남자 선수가 공격에서 더 큰 비중을 차지하기 마련인데, 탄력 좋은 공격형 페어인 중국 선수들과의 격차는 쉽게 메워지지 않았다. 이후 김원호 선수는 정나은 선수와의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 호흡을 맞추고 더 다양한 전략으로 8강을 준비했다. 8강 말레이시아전에서 김원호 선수는 과감하게 전진하여 자신의 장기인 네트플레이로 득점하며 상대팀을 수세에 몰았다. 결과는 2-0 승리. 그는 4강 진출이 확정된 뒤 당시 인터뷰에서 "지옥에서 살아 돌아온 느낌"이라고 말했다. 단순한 승리가 아니라, 자신의 약점을 극복한 순간이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4강 상대는 같은 대표팀인 서승재-채유정 선수였다. 같은 대표팀을 상대로 치르는 부담스러운 경기인데다가 체력은 이미 한계에 가까웠다. 3세트 도중 메디컬 타임을 요청할 만큼 숨이 가빴지만 그는 물러서지 않았다. 초접전 끝에 스코어 23-21, 단 한 점 차이로 결승에 올랐다. 은메달은 그렇게 버티고 견뎌낸 끝에 얻은 값진 결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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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정상에 오르다

2004 파리 올림픽 이후 김원호 선수는 서승재 선수와 2025 시즌을 함께하게 됐다. 2017년 이후 약 8년 만에 재결합하여 호흡을 맞추게 된 것이다.
"승재 형은 예전부터 존경하던 선수였고, 선수촌에서 오랫동안 함께 훈련해서 기본적인 신뢰는 이미 있었어요. 경기 중에 호흡이 잘 안 맞는 부분이 생기면 같이 밥을 먹으며 대화를 많이 했고, 그런 과정을 통해 점점 더 단단해졌던 것 같아요."
세계랭킹 200위권 밖에서 시작한 두 선수는 시즌을 여는 말레이시아 오픈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세계 2위 량웨이컹-왕창을 꺾고, 인도의 강호를 제압하며 결승에 오른 것이다. 결승에서는 1게임을 내줬지만, 2게임부터 완전히 흐름을 바꿨다. 공격이 살아났고, 템포가 빨라졌다. 결국 2-1 역전승으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그 승리는 시작에 불과했다. 시즌 내내 이어진 세계대회에서 가장 높은 자리에 올라선 두 선수는 지난해 9월, 남자 복식 세계랭킹에서 합계 96,805점을 기록하며 1위에 이름을 올렸다.
대한민국 남자복식 조가 세계랭킹 1위에 오른 건 2016년 11월 이용대-유연성 조 이후 9년여 만이다. 서로에 대한 신뢰와 끊임없는 소통으로 호흡을 맞춰온 두 선수는 세계 1위라는 숫자를 넘어, 시즌 마지막 무대에서도 그 완성도를 증명해 보였다. 월드투어 파이널, 김원호 선수와 서승재 선수는 결승에서 다시 만난 량웨이컹-왕창 조를 2-0으로 완파하며 11승이라는 대기록을 세우고 시즌을 완성했다. 경기 시간은 불과 40분. 1게임 12-12에서 3연속 득점으로 균형을 깨고, 2게임 초반 5연속 득점으로 흐름을 장악했다. 왕중왕전 결승이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압도적인 템포였다.
하지만 그 우승은 완벽한 컨디션의 산물이 아니었다. 김원호 선수는 당시 대회 직전 허리 부상이 악화되며 기권까지 고민했다고 회상했다. 뒤로 오는 볼을 처리하기 어려울 정도였다고. 무리하면 다음 시즌까지 영향을 줄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그는 코트에 섰고 결국 시즌의 마지막을 가장 높은 자리에서 마무리했다. 이런 그에게 지난 시즌 중 가장 인상적인 순간을 묻자, 그는 뜻밖에도 '시즌 첫 경기'를 꼽았다. "말레이시아 오픈에서 처음 호흡을 맞춰 우승했던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꼭 우승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습니다. 결과로 증명하지 않으면 제 도전이 인정받지 못할 것 같았거든요."
그에게 그 우승은 트로피 하나가 아니라, 새로운 도전이 틀리지 않았음을 스스로에게 증명한 출발선이었다. 그리고 그 출발선에서 얻은 확신이, 결국 시즌 11승이라는 성취로 이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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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위의 다음 스텝

이제 김원호 선수의 시선은 다음을 향한다. 그는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금메달과 토마스컵 남자 단체전을 다음 목표로 꼽았다.
"토마스컵 같은 경우 항상 8강에서 떨어졌던 기억이 있는데,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으로 꼭 성적을 내보고 싶습니다."
그에게 단체전은 단순한 기록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개인 성적을 넘어 팀의 결과로 책임을 증명해야 하는 무대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김원호 선수는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은지 묻는 질문에 "항상 꾸준히 노력하고 연구하는 선수로 남고 싶다"라고 대답했다. 계속 배우려고 하는 마음가짐을 유지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는 다짐이었다.

대한체육회 체육상 대상은 지난 한 해 그가 이룬 성취가 숫자 이상의 의미임을 뜻하는 또 다른 성과다. "앞으로도 배드민턴 많이 사랑해 주시고 관심 가져주시면 좋겠습니다"라는 그의 소박한 말 속에는 대한민국 배드민턴의 위상을 더 널리 알리고 싶다는 책임감이 담겨 있었다. 세계 1위와 단일 시즌 11승이라는 기록을 넘어, 대한민국 배드민턴을 더 알리고 싶다는 책임감, 그 마음이 앞으로 펼쳐질 김원호의 시간을 더욱 기대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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