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콘텐츠는 대한체육회에서 발행하는 월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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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인스키 국가대표 김소희 선수는 동계올림픽과 국제대회, 그리고 제107회 전국동계체육대회까지 연달아 치러내면서 4관왕과 체육상 최우수선수상(MVP)을 거머쥔 베테랑이다. 끝나지 않을 것만 같던 빡빡한 일정 속에서도 포기 대신 도전을 선택해 왔지만, 수많은 무대를 쉼 없이 누비면서도 여전히 다음 레이스를 준비하는 김소희 선수를 만났다.
자신의 한계를 이겨내다
알파인스키 국가대표 김소희 선수는 2026 밀라노, 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에서 돌아온 직후 쉴 새 없이 이어진 제107회 전국동계체육대회에 참가해 4관왕을 차지했다. 올 시즌 시작 전부터 빽빽하게 짜인 국제, 국내 대회 일정 속에서 체력과 멘탈이 모두 한계에 가까운 상태였지만, “그래도 마지막까지 집중력을 놓지 않으려고 했다”는 말로 이번 동계체육대회의 주인공으로 발돋움한 감상을 털어놨다. 이번 대회까지 오는 여정은 그야말로 숨 돌릴 틈조차 없었다는 표현이 딱 어울리는 상황이었다. 동계올림픽을 앞두고도 국내외 시합이 연달아 열렸고, 올림픽이 열린 이탈리아 코르티나담페초 현지로 이동해 훈련을 소화한 뒤 곧바로 경기에 나서는 강행군이 이어졌다. 올림픽 이후에도 일본 나가노에서 국제스키연맹(FIS) 극동컵 대회가 개최됐고 김소희 선수는 현지로 이동해 훈련 직후 바로 시합을 치러야 했다. 비록 여자부 종합 우승을 거머쥐었지만, 더 큰 문제는 그 이후였다.
“시합이 끝난 다음 날 바로 귀국했고, 이틀 후에 바로 전국체전이어서 온전히 쉴 시간이 단 하루뿐이었고 체력적으로는 너무 많이 지쳐 있었어요.”
이런 일정은 오랫동안 부상과 함께 한 몸에 더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김소희 선수 스스로 “허리도 많이 안 좋고, 만성 디스크에 무릎 연골도 많이 닳아 있는 상태”라고 표현할 정도다. 특히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훈련 중에 생긴 고질적인 허리 부상은 이후 선수 생활 내내 훈련을 방해하는 걸림돌로 작용했다. 하지만 김소희 선수는 실망이나 통증 때문에 알파인스키를 포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힘들 때도 주변의 여러 사람들에게 도움받기를 두려워하지 않고 선수 생활을 이어갔다.
“물리치료사 선생님들이 항상 대회장에 같이 계시면서 마사지해 주시고, 경기를 앞두고는 테이핑도 꼼꼼히 해 주셨기 때문에 시합을 계속 이어갈 수 있었고 덕분에 이번 대회의 성과로 이어진 것 같아요.”
소속팀 서울시청의 지원도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김소희 선수는 “서울시청 간부들이 바쁜 일정 속에서도 경기와 훈련에 집중할 수 있도록 많이 도와주셨다”면서 감사를 표했다. 대한체육회 체육상 시상식 단상에 올랐을 때, 굵직한 대회를 3개나 연달아 치러내느라 너무 힘들었다는 말 대신 너무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말한 김소희 선수에게서 영원히 안 끝날 것 같은 일정 대신 지금, 이 순간만 바라볼 수 있도록 버팀목이 되어준 수많은 사람들의 도움이 함께 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단단한 책임감과 유연한 마음을 갖추다
국내에서 비인기 종목인 알파인스키 선수들이 안정적으로 운동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행정적, 재정적 지원이 필수적이다. “눈에 보이는 것은 결국 메달이지만, 그 뒤에는 스태프와 팀이 있다”며 “특히 알파인스키처럼 인프라와 지원이 제한적인 종목에서는 주변의 도움 하나하나가 더 크게 느껴진다”는 김소희 선수의 말 속에는 자못 책임감이 느껴졌다.
“처음에는 그냥 ‘와, 신난다’라는 기분으로만 탔던 것 같아요. 눈만 봐도 행복했고, 스키만 타면 누구보다 빠르게 눈을 가르는 게 너무 즐거웠어요.”
김소희 선수는 어느덧 20년을 넘긴 스키 인생을 돌아보면서 “어린 시절 처음 스키를 시작했을 때만 해도 머릿속에는 책임감이나 부담보다는 그저 눈 위를 가르는 속도감에 대한 설렘이 먼저였다”고 말한다. 하지만 국가대표라는 타이틀과 함께 경험이 쌓이면서 마음가짐이 조금씩 달라졌고 점점 스스로에게 엄격해졌다. “이제는 어느 정도 책임감도 있고, 부담감도 있는 것 같다”는 것이 김소희 선수가 바라보는 ‘국가대표 김소희’의 모습이다.
다만 김소희 선수는 그 부담감에 짓눌리기보다, 스스로 긴장을 다루는 방식을 바꾸려 노력하고 있다. “시합 전에 오는 긴장감이 너무 크면 오히려 제 플레이를 못 하게 되니까, 그걸 ‘즐거운 긴장’이라고 받아들이려고 한다”며 “ ‘그래, 이 순간도 즐겨보자’라는 느낌으로 스타트 라인에 서려는 편”이라고 말한다. 긴장하지 않으려고 애쓰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자신이 레이스를 즐길 수 있는 지점을 찾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렇게 단단한 책임감을 가지고도 유연하게 자신을 돌볼 수 있게 된 것은 바로 자신을 아끼는 사람들이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언제나 “가족과 팬들의 응원이 가장 큰 힘”이라고 말해왔던 김소희 선수는 이번 대회 직전에도 가족들이 묵묵하게 응원을 보냈다고 말한다.
“가족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말하지 않아도 제가 힘든 부분을 다 알고 있어서 깜짝 놀라게 되더라고요. 하지만 오히려 더 부담을 줄까 봐 말을 많이 하지 않으시려 한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래서 별말 안 하셨지만 오히려 용기를 얻을 수 있었어요. 그런 가족이 있다는 게 무엇보다 감사합니다.”
김소희 선수는 말없이 지지하며 그의 뒤를 받쳐준 가족들과 더불어 오랜 시간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팬들의 지지도 특별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경기장과 SNS를 통해 전해지는 팬들의 응원은 매일을 버티게 하는 에너지가 된다”는 말을 빼놓지 않았다. 그중에서도 특히 기억에 남는 한 팬은 김소희 선수의 마음속에 오랫동안 여운을 남겼다고 한다.
“아직 정말 어린 팬인데, 본인이 저를 보고 스키를 시작했다고 하더라고요. 겨울 스포츠 하면 스키가 익숙하지만, 그 안에서도 알파인스키는 여전히 비인기 종목으로 분류되는 편이라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면 더 뿌듯했어요. 제가 누군가를 보고 운동을 시작했던 것처럼 누군가가 저를 보고 운동을 시작한다는 것이 참 특별한 일이라고 생각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