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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히어로

2026년 5월 스포츠히어로
끝이 아닌,
다음 표적을 향해
사격
오예진 선수
선수사진
본 콘텐츠는 대한체육회에서 발행하는 월간지 에서 발췌 되었습니다.
2024 파리하계올림픽대회 사격 여자 10m 공기권총에서 한국 사격 대표팀의 첫 금빛 총성을 울린 오예진 선수가 이번에는 25m 권총에서 세계 타이기록이자 한국 신기록을 세우며 다시 한번 존재감을 입증했다. 그러나 그의 목표는 여전히 다음 무대다. 시선은 이미 아시안게임과 세계 무대를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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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큰 무대를 향해 조준하다

2024 파리하계올림픽대회 금메달리스트 오예진(IBK기업은행) 선수가 지난 5월 14일 청주종합사격장에서 열린 제2회 IBK 기업은행장배 전국사격대회 여자 일반부 25m 권총 본선에서 595점을 기록하며 한국 신기록을 새로 썼다. 2008년 최금란이 세운 종전 기록(594점)을 18년 만에 넘어선 값진 성과다. 동시에 2023년 리듬 상완(인도)이 아제르바이잔 바쿠 월드컵에서 기록한 세계 최고 기록과 타이를 이루는 비공인 세계 타이기록이기도 하다.
전국 404개 팀, 3,028명의 선수가 참가한 가운데 열린 이번 대회는 2027년 국가대표 및 국가대표 후보 선수 선발전과 동아시아 유스 공기총 사격대회 파견 선수 선발전을 겸해 의미를 더했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세운 신기록이었지만, 오예진 선수의 반응은 평소의 그답게 당차고 담담했다.
“솔직히 상을 탔을 때 속으로 ‘오-예!’ 하는 마음이 들긴 했어요. 그렇지만 그 이상으로 특별한 기분은 없었어요. 차분히 다음 경기를 준비해서 더 좋은 결과를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얼마 전 다리 부상으로 깁스를 한 채 경기에 나섰음에도 그의 표정은 차분했다. 주변의 걱정 앞에서도 오히려 별일 아니라며 해맑게 웃어 보일 따름이었다. 한국 신기록의 의미도 소중하지만, 이번 경기는 그에게 종착지가 아닌 더 큰 무대로 향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경기를 준비할 때는 늘 힘들어요. 하지만 이제는 그마저도 익숙합니다. 제가 선수로서 평생 가져가야 할 몫이기도 하고요. 오늘의 기록 역시 앞으로 열릴 아시안게임과 독일 뮌헨 사격 월드컵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지금까지의 훈련을 점검하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가늠하며 오늘의 성과를 더 의미 있게 가져가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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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표적을 향하다

이번 신기록이 더욱 특별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따로 있다. 파리 올림픽에서 오예진 선수에게 금메달을 안겨준 종목은 여자 10m 공기권총이었지만, 이번 기록은 25m 권총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서로 비슷해 보이지만 두 종목은 결코 같은 경기가 아니다. 사용하는 총도, 무게도 다르고 요구하는 감각 역시 완전히 다르다. 특히 오예진 선수에게 25m는 더 많은 제약을 안고 도전해야 했던 종목이다. 그가 사격을 시작한 제주에는 25m 공기권총 훈련 시설이 부족해 실전 훈련이 쉽지 않았다. 실제로 오예진 선수는 2024년 당시 25m 국가대표 선발전에는 도전조차 하지 못했다. 이미지 트레이닝과 모의 사격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환경 속에서 훈련 여건이 충분치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오예진 선수는 10m와 25m, 두 종목 모두에서 세계 정상에 도전하고 있다. 이번 대회 역시 두 종목 모두에 긍정적인 신호를 확인한 무대였다.
“두 종목 다 제가 좋아하는 사격이라는 점에서는 같아요. 하지만 10m는 표적도 작고 훨씬 더 세밀하게 집중해야 해서 긴장이 많이 돼요. 경기에 들어가면 압박감도 크고 신중해질 수밖에 없어요. 25m는 정말 좋아하는 종목이에요. 하면 할수록 재미있어요. 물론 힘들지만, 힘듦보다 즐거움이 더 커요.”
긴장감을 동반하는 10m부터 순수한 즐거움을 선사하는 25m까지, 서로 다른 감각을 가진 두 무대에서 동시에 성과를 내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그러나 오예진 선수는 부담보다 ‘즐기는 마음’을 먼저 떠올린다.
“평소에도 힘든 일 앞에서 어려운 면보다는 좋은 부분만 바라보는 편이긴 해요. 훈련이나 경기를 대할 때도 이왕 해야 할 거 즐기자, 그냥 하자는 마음이고요. 주변에서도 부담을 주기보다는 그런 제 모습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셔서, 동요 없이 재미있게 훈련에 임하고 있습니다.”
훈련에서 오는 스트레스에 오래 머무르지 않는 것도 그의 방식이다. 힘든 훈련 뒤에는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기분을 환기하고, 부담이 큰 종목을 마친 뒤에는 좋아하는 훈련으로 균형을 맞춘다. 자신만의 리듬을 찾는 법을 자연스럽게 터득한 셈이다.
손에 들린 총에 붙은 아기자기한 스티커에서는 또래다운 취향도 엿보인다. 하지만 사대 위에 서는 순간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표적 앞의 그는 누구보다 진지하고 침착하다. 좋아하는 마음과 단단한 집중력. 두 힘이 함께 오예진 선수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원동력인 셈이다.
선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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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살 소녀를 사로잡은 한 발의 재미

오예진 선수와 사격의 인연은 14살, 중학교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무엇이든 거리낌 없이 도전하는 것을 좋아했던 그는 친구 손에 이끌려 처음 사격장을 찾았다. 단 한 번의 경험이었지만, 그 순간의 감각은 생각보다 오래 마음에 남았다.
“처음 총을 쐈는데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무엇보다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컸던 것 같아요.”
처음부터 확신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다만 ‘조금 더 잘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사격장으로 발걸음을 이끌었다. 한 번 시작한 일은 쉽게 포기하지 않는 성격도 영향을 미쳤다.
여러 종목 가운데 권총을 선택한 이유도 분명했다. 총의 길이가 비교적 짧고 경기 방식이 단순해 자신에게 잘 맞는다고 느꼈다.
여기에 권총 선수 특유의 자세도 어린 마음에는 꽤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한 손을 주머니에 넣고 사격하는 모습이 멋있어 보였어요.” 웃으며 건넨 짧은 답에는 사격을 향한 첫 호기심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하지만 좋아하는 마음만으로 결과가 따라온 것은 아니었다. 고등학교 시절까지도 성적은 기대만큼 쉽게 올라오지 않았다. 흔들리는 순간도 있었다. 훈련보다 친구들과 놀고 싶은 마음이 앞설 때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곁에서 중심을 잡아준 건 코치진과 선배 선수들이었다.
“코치님들이 많이 잡아주셨어요. ‘너는 크게 될 선수다’라는 이야기를 자주 해주셨는데, 흔들릴 때마다 그 말이 의지가 됐던 것 같아요.”
때로는 스스로보다 주변이 먼저 가능성을 알아봐 주었다. 오예진 선수는 의심보다 믿음을 선택했다. 잘되지 않는 날도 있었지만, 그 시간 또한 지나가는 과정이라 여겼다. ‘이 정도면 괜찮다’는 긍정적인 태도 역시 버틸 수 있었던 힘이었다. 그렇게 차곡차곡 쌓인 시간은 결국 파리 올림픽 금메달이라는 결실로 이어졌다. 그리고 지금, 그는 다시 새로운 목표를 향해 차분히 다음 경기를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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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기억되는 선수를 꿈꾸며

파리 올림픽 금메달은 오예진 선수의 이름을 세계에 각인시킨 순간이었다. 하지만 정작 그는 올림픽 이후를 ‘조금 더 차분해진 시간’이라고 표현했다. 경험이 쌓이며 경기뿐 아니라 마음을 다루는 방식에도 변화가 생겼기 때문이다.
“올림픽 때와 비교하면 지금은 조금 더 덤덤해졌어요. 경험이 쌓이면서 자연스럽게 성장한 부분도 있고, 그게 오히려 경기를 안정적으로 이끄는 데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올림픽 때도 즐긴다고 생각했지만, 한편으로는 압박감과 긴장감이 컸거든요.” 사격은 결국 흔들리는 마음을 얼마나 다스리느냐가 중요한 종목이다. 오예진 선수가 기술만큼 ‘마인드’를 중요하게 여기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부정적인 생각이 행동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경험하며, 스스로를 다독이는 방법을 배워갔다. “예전에는 부정적인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그런 생각을 하면 행동도 부정적으로 되더라고요. 실수를 해서 성적이 안 나왔다면 ‘왜 그랬을까, 다음엔 어떻게 해야 할까’를 먼저 생각하려고 해요. 저 스스로에게 긍정적인 말을 많이 해주려고 노력했고요.”
이 같은 변화는 오예진 선수를 한층 단단하게 만들었다. 무엇보다 지난 올림픽은 어떤 어려움이 와도 결국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남겼다. 첫 올림픽을 앞둔 당시 세계사격연맹(ISSF) 랭킹은 35위. 메달권 진입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많았고, 스스로 자신감이 흔들리는 순간도 있었다. 하지만 여러 어려움을 지나 끝내 정상에 올랐다는 경험은 이후 경기에서도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세계 타이기록을 세운 직후에도 그가 들뜨기보다 다음을 바라보는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 더 높이 도약하기 전, 잠시 숨을 고르는 단계로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그리고 있는 궁극적인 목표도 분명하다. 바로 ‘그랜드슬램’이다.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ISSF 세계선수권대회, 아시아사격선수권대회를 모두 석권한 선수만이 얻을 수 있는 상징적인 기록이다.
“당장의 결과보다는 먼 미래를 바라보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오래 열심히 노력했고, 꾸준히 잘했던 선수로 기억됐으면 좋겠어요. 일희일비하지 않고 묵묵히 노력해서 아시안게임에서도 좋은 모습 보여드릴 수 있도록 열심히 준비하겠습니다.”
금메달 이후에도, 신기록 앞에서도 오예진 선수의 시선은 늘 다음을 향한다. 들뜨기보다 차분하게, 결과에 머무르기보다 다음 목표를 준비하며 오늘도 묵묵히 자신의 시간을 쌓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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