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콘텐츠는 대한체육회에서 발행하는 월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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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파리하계올림픽대회 사격 여자 10m 공기권총에서 한국 사격 대표팀의 첫 금빛 총성을 울린 오예진 선수가 이번에는 25m 권총에서 세계 타이기록이자 한국 신기록을 세우며 다시 한번 존재감을 입증했다. 그러나 그의 목표는 여전히 다음 무대다. 시선은 이미 아시안게임과 세계 무대를 향하고 있다.
더 큰 무대를 향해 조준하다
2024 파리하계올림픽대회 금메달리스트 오예진(IBK기업은행) 선수가 지난 5월 14일 청주종합사격장에서 열린 제2회 IBK 기업은행장배 전국사격대회 여자 일반부 25m 권총 본선에서 595점을 기록하며 한국 신기록을 새로 썼다. 2008년 최금란이 세운 종전 기록(594점)을 18년 만에 넘어선 값진 성과다. 동시에 2023년 리듬 상완(인도)이 아제르바이잔 바쿠 월드컵에서 기록한 세계 최고 기록과 타이를 이루는 비공인 세계 타이기록이기도 하다.
전국 404개 팀, 3,028명의 선수가 참가한 가운데 열린 이번 대회는 2027년 국가대표 및 국가대표 후보 선수 선발전과 동아시아 유스 공기총 사격대회 파견 선수 선발전을 겸해 의미를 더했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세운 신기록이었지만, 오예진 선수의 반응은 평소의 그답게 당차고 담담했다.
“솔직히 상을 탔을 때 속으로 ‘오-예!’ 하는 마음이 들긴 했어요. 그렇지만 그 이상으로 특별한 기분은 없었어요. 차분히 다음 경기를 준비해서 더 좋은 결과를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얼마 전 다리 부상으로 깁스를 한 채 경기에 나섰음에도 그의 표정은 차분했다. 주변의 걱정 앞에서도 오히려 별일 아니라며 해맑게 웃어 보일 따름이었다. 한국 신기록의 의미도 소중하지만, 이번 경기는 그에게 종착지가 아닌 더 큰 무대로 향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경기를 준비할 때는 늘 힘들어요. 하지만 이제는 그마저도 익숙합니다. 제가 선수로서 평생 가져가야 할 몫이기도 하고요. 오늘의 기록 역시 앞으로 열릴 아시안게임과 독일 뮌헨 사격 월드컵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지금까지의 훈련을 점검하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가늠하며 오늘의 성과를 더 의미 있게 가져가고자 합니다.”
두 개의 표적을 향하다
이번 신기록이 더욱 특별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따로 있다. 파리 올림픽에서 오예진 선수에게 금메달을 안겨준 종목은 여자 10m 공기권총이었지만, 이번 기록은 25m 권총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서로 비슷해 보이지만 두 종목은 결코 같은 경기가 아니다. 사용하는 총도, 무게도 다르고 요구하는 감각 역시 완전히 다르다. 특히 오예진 선수에게 25m는 더 많은 제약을 안고 도전해야 했던 종목이다. 그가 사격을 시작한 제주에는 25m 공기권총 훈련 시설이 부족해 실전 훈련이 쉽지 않았다. 실제로 오예진 선수는 2024년 당시 25m 국가대표 선발전에는 도전조차 하지 못했다. 이미지 트레이닝과 모의 사격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환경 속에서 훈련 여건이 충분치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오예진 선수는 10m와 25m, 두 종목 모두에서 세계 정상에 도전하고 있다. 이번 대회 역시 두 종목 모두에 긍정적인 신호를 확인한 무대였다.
“두 종목 다 제가 좋아하는 사격이라는 점에서는 같아요. 하지만 10m는 표적도 작고 훨씬 더 세밀하게 집중해야 해서 긴장이 많이 돼요. 경기에 들어가면 압박감도 크고 신중해질 수밖에 없어요. 25m는 정말 좋아하는 종목이에요. 하면 할수록 재미있어요. 물론 힘들지만, 힘듦보다 즐거움이 더 커요.”
긴장감을 동반하는 10m부터 순수한 즐거움을 선사하는 25m까지, 서로 다른 감각을 가진 두 무대에서 동시에 성과를 내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그러나 오예진 선수는 부담보다 ‘즐기는 마음’을 먼저 떠올린다.
“평소에도 힘든 일 앞에서 어려운 면보다는 좋은 부분만 바라보는 편이긴 해요. 훈련이나 경기를 대할 때도 이왕 해야 할 거 즐기자, 그냥 하자는 마음이고요. 주변에서도 부담을 주기보다는 그런 제 모습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셔서, 동요 없이 재미있게 훈련에 임하고 있습니다.”
훈련에서 오는 스트레스에 오래 머무르지 않는 것도 그의 방식이다. 힘든 훈련 뒤에는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기분을 환기하고, 부담이 큰 종목을 마친 뒤에는 좋아하는 훈련으로 균형을 맞춘다. 자신만의 리듬을 찾는 법을 자연스럽게 터득한 셈이다.
손에 들린 총에 붙은 아기자기한 스티커에서는 또래다운 취향도 엿보인다. 하지만 사대 위에 서는 순간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표적 앞의 그는 누구보다 진지하고 침착하다. 좋아하는 마음과 단단한 집중력. 두 힘이 함께 오예진 선수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원동력인 셈이다.